환율 뛰자 테더 거래 93% 급증…가격은 되레 '逆김치프리미엄' 확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5:19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 연동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영향이다.

그러나 정작 테더 가격은 환율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 채 실제 환율보다 낮게 거래되는 역(逆)김치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6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테더 일평균 거래량 현황 (사진=챗GPT)
11일 업비트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분석한 결과, 테더의 일평균 거래량은 환율 상승을 기점으로 계단식 증가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1470원대에 머물던 지난달 1~5일 일평균 거래량은 3577만개 수준이었다. 이후 환율이 1500원대로 급등하기 시작한 6일~31일에는 4914만개로 약 37% 늘었다.

거래량 급증은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때마다 두드러졌다.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직후인 6월 1~2일에는 이틀 연속 하루 거래량이 1억개를 넘어섰다. 2일에는 1억1955만개로 이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환율이 1559원을 넘어선 5일에도 1억1646만개까지 치솟았다. 반면 환율이 다소 안정된 6일 이후에는 3000만~5000만개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 거래량이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패턴이 나타났다.

이는 고환율 국면에서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통 자산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데다, 별도의 환전 신청 없이 원화를 입금하는 즉시 달러 연동 자산을 매수할 수 있어 환율 급등기마다 자금 유입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가격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날 업비트에서 테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00~1509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같은 시간대 원·달러 환율이 1520~1528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환율 대비 최대 28원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된 셈이다.

환율이 1559원을 넘어선 지난 5일 업비트에서 테더는 오전 한때 1493원까지 떨어지는 등 대부분이 1493~1514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실제 환율과의 격차가 최대 66원에 달하는 역김치프리미엄이 나타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 부족 현상으로 해석한다. 환율이 급등했음에도 이를 따라갈 만큼의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지 못하면서 테더 가격이 실제 환율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환율이 단기 고점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테더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매도세가 유입된 점도 환율과 테더 가격 간의 괴리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물은 많은데 매수세가 약하다 보니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낮게 거래되는 것”이라며 “환율이 많이 올랐으니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매도세가 늘어난 탓에 가격 괴리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항상 프리미엄이 붙었던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었던 것이고, 수급 균형에 따라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시장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격 괴리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데는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고변동성 국면에서는 달러 헤지 수요와 자본 이동 수요가 늘면서 테더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급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환율 자체의 변동성도 커지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가격과 실제 환율 간 괴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차익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며 “이 경우 가격 괴리를 해소하는 기능이 약해지면서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실제 환율과 다른 수준에서 형성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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