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모습. 2026.6.11 © 뉴스1 김성진 기자
지난달 취업자가 1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고용시장에 복합 위기 신호가 켜졌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제조업 고용을 직격하는 상황에서 청년층 고용 부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청년(15~29세) 취업자가 25만 명 이상 감소하면서 고용 부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업의 경력직·수시채용 확대가 맞물리며 신입 공채 축소와 함께 청년층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훈풍 비껴간 제조업…'중동發 쇼크'에 취업자수 7년여 만에 최저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계엄령 사태가 발생했던 2024년 12월(-5만 2000명)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4만 명 줄었다. 2019년 2월(-15만 1000명)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이달로 23개월 연속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 부족 등 영향이 발생했다"며 "자동차, 식료품 제조업 등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고, 대전 부품공장 사고로 인한 부품 차질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동전쟁이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제한적이며, 제조업 고용 감소는 이미 수년째 이어져 온 구조적 추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2023년 KD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수요 10억 원당 2.1명으로 전산업(10.1명)의 5분의 1, 전체 제조업(6.2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가 제조업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수준에 그쳐 수출 증가가 제조업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뽑을 사람이 더 없을 만큼 고용 여력이 이미 한계에 달해 있고 고용유발계수도 낮아, 대기업 반도체 호황이 전반적인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건설업 취업자도 25개월 연속 감소하며 부진의 터널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자재 수급불안 심화가 고용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농림어업도 전년 동월보다 12만 1000명 줄어 8.2% 감소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6개월 연속 감소세로, 2017~2018년 13개월 연속 감소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건설업·도소매·음식숙박업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형 고용 악화 패턴"이라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늘어나는 취업자로는 이 감소분을 만회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AI·경력직 선호'에 청년 고용시장 삼중고…"단기 처방 넘어 구조 바꿔야"
고용 악화의 또 다른 축은 청년층이다. 5월 청년(15~29세) 취업자는 25만 5000명 줄어 43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은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20대 취업자 감소폭은 64개월 만에 최대였다.
청년 취업 부진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는 고질적인 경력직·수시채용 선호 현상이다. 빈 국장은 "기업들이 공개채용보다 수시채용과 경력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 취업이 지연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기 공개채용이 대폭 축소되고 경력직 수시채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 첫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구조가 고용 통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 우려도 조금씩 가시화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전후 4년간(2022년 2월~2026년 2월) 15~29세 일자리가 25만 5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AI 고노출 업종에서만 25만 1000개(98.3%)가 줄었다. AI가 청년층이 주로 맡는 정형화된 엔트리 레벨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이 산업·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 경력·수시채용 증가로 신입 진입이 어려운 채용 문화 변화, 경기적 요인까지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마련한 청년뉴딜을 속도감 있게 집행하고, 업종별·계층별 영향을 분석해 추가 대책을 발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용 회복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고용 둔화 흐름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상봉 교수는 "AI 전환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고, 제조업 기피까지 겹친 상황에서 고용 감소는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재경부도 회복 시점을 예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경 효과에만 기댄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에 의존하는 청년 일자리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교수는 "현재의 일자리 대책은 기존에 해오던 것에서 규모와 기간만 늘린 수준으로,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모자르다"며 "고용공시제 등을 강화해 고용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고, 산업 정책과 고용 정책을 분야별로 연계해 설계하는 종합 대응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교수도 "대기업이나 청년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주는 방식이 아닌 AI·빅데이터 등 기술 기반 중소기업에 직접 재정을 투입하고, 고용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실질적인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