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연구·기술력이 좋지만 중국과 비교했을 때 자본의 한계로 인한 '병목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투자공사(KIC)를 앵커로 4500억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의 IP로 '뉴코'를 만들어 고부가가치 딜을 일으키겠다."(조기철 사모펀드 부문 시니어 매니징디렉터 겸 공동 가치 창출 부문 대표)
약 4년 전 미용의료기기 회사 휴젤 인수를 주도해 국내 투자업계에 존재감을 알린 CBC그룹이 GHO캐피탈과 결합을 통해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사'로 분한다. 오로지 헬스케어에만 투자하는 투자사 가운데 가장 큰 210억 달러(약 32조원)의 운용자산(AUM)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지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라는 내용이다. 특히 국내 시장을 주요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
CBC 그룹은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소개했다. 이데일리 프리미엄 제약·바이오 플랫폼 팜이데일리가 내용을 들었다.
◇휴젤 이사회 공동의장들 출동…경한수·조기철 대표
CBC 그룹의 경한수 대표와 조기철 대표는 함께 휴젤의 이사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21년 CBC 그룹이 GS, IMM, 무바달라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휴젤을 인수한 데에 중추적인 의사결정자였다.
경 대표는 코넬대학교 의학박사를 졸업한 신경외과 전문의다. 그는 포톨라 캐피탈 파트너스 공동창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2013년~2017년)를 지냈으며,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 사장(2013년~2015년)으로 재직했다. 국내 제넥신(095700)의 대표(2015년~2017년)를 맡았고 2017년 부터 CBC 그룹에 몸담고 있다.
조 대표는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와튼 스쿨 MBA를 졸업했다. 시티그룹에서 아시아 헬스케어 IB 헤드(2011년~2018년)을 맡았고 중국 상하이 소재 자이랩(Zai Lab)의 재무총괄임원(2018년~2023년)을 지냈다. 지난 2023년 CBC그룹에 합류했다.
경 대표는 "(제가) CBC 그룹에 9년 재직해 두번째로 오래 근무한 직원이다. CBC에서 누적 20건,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 중 한국에서 대표적인 포트폴리오가 바로 휴젤"이라며 "휴젤은 CBC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투자로, CBC의 제일 중요한 포트폴리오"라고 말했다.
휴젤은 기존 최대주주이던 베인캐피탈이 2022년 4월 싱가포르 CBC그룹, 국내 GS그룹과 IMM PE, 중동 무바달라 그룹으로 구성된 '아프로디테 인수조합'에 CB포함 556만6791주(44.19%)를 주당 28만원가, 총규모 1조 5587억원에 경영권을 넘겼다. 올 3월말 기준 휴젤은 아프로디테 인수조합이 43.53%를 보유했으며 이 인수조합의 구조를 해부하면 CBC그룹이 휴젤의 18.33%, GS그룹이 11.46%, IMM이 6.88%, 무바달라가 6.87%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휴젤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휴젤 매각 계획이나 시점을 묻는 기자에게 경 대표는 "휴젤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길을 나아가고 있다"며 충분한 수익을 실현할 때까지 매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 대표는 "캐리 스트롬 글로벌 대표와 장두현 국내 대표 등 좋은 경영진을 영입했으며 이런 경험자들이 휴젤을 잘 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젤은 이제부터 미국에 직접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목표는 계속 회사를 키우는 것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볼트온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휴젤이 직접 대답해야할 사안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길에는 유기적(organic), 비유기적(inorganic) 두 방향이 모두 있을 테고 많은 기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에 누적 1조 투자…'중요한 시장'
CBC 그룹이 한국에 투자한 주요 내용으로는 휴젤 투자 외에도 셀트리온(068270)의 동남아 포트폴리오를 2억 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한 것, 그리고 에이비엘바이오(298380)의 이중항체를 CBC 그룹의 포트폴리오인 노바브릿지(옛 아이맵)가 1억 달러(약 1500억원)에 기술도입한 것이 있다.
경 대표는 "다른 투자사들과 공동으로 투자한 것까지 합하면 국내 시장에 15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했고, CBC 그룹 단독으로만 봐도 1조원 가까이 투자했다"며 "공개하지 않은 내용도 많으며 곧 발표될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CBC 그룹은 한국투자공사(KIC)와 3억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도 라인업 해뒀으며 올 여름 2억 달러 가량으로 1차 클로징을 예상한다. 당장 1차 클로징에 맞춰 투자할 대상도 어느 정도 선별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바이오텍의 IP를 도입해 뉴코를 설립할 계획이다. 뉴코란 특정 신약 후보물질의 빠른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설립한 '기획형' 바이오 회사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사업모델이지만, 국내에는 비교적 최근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일례로 국내 디앤디파마텍(347850)이 미국 뉴코인 멧세라에 비만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으며, 작년말 멧세라가 빅파마인 화이자에 약 15조원에 인수되면서 화제가 됐다.
경 대표는 뉴코를 만들어 핵심 IP를 도입하면, CBC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0년~30년 경력을 가진 개발 적임자들을 쉽게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 대표는 "(CBC 그룹의) 전략은 간단하다. 첫번째는 중소형사(SME)를 글로벌화시키는 것이다. 두번째는 큰 대기업 안의 여러 회사 중 하나를 인수해서 독립된 법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번째는 시장 안에서 작은 회사들을 많이 사서 합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세 전략 중 글로벌화 전략을 펼친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케어란 규제, 과학, 사업모델, 국가별 양상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그 길을 'A to Z' 도와줄 수 있는 것은 CBC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경 대표는 "CBC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규모 헬스케어 투자사이며, 여기에 유럽에서 제일 큰 헬스케어 전문투자사 GHO캐피탈과의 통합을 통해 헬스케어에 집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사가 탄생한다"며 "다른 사모펀드, 투자사들 중 헬스케어만 투자하는 펀드가 크지 않다. 질병은 국경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한 나라에만 포커스하는게 아니라 글로벌하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BC 그룹과 GHO의 결합은 내년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국 대비 10배 평가절하…업사이드 크다
한국을 유심히 보는 이유는 중국 대비 평가절하된 딜 테이블 때문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한국은 바이오 연구력과 기술력이 강하지만 투자와 임상시험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펀딩이 부족해 조기에 기술이전을 선택하는 것이 아쉬움"이라며 "반면 중국은 좀 더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자본적 여력이 있기에 딜 사이즈를 키울 수 있다. 중국 기업이 기술이전 선급금으로 확보하는 현금만 평균적으로 3500억원~4000억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이는 확실히 최근 오스코텍(039200)이 세비도플레닙을 아지오스에 기술이전하면서 선급금을 370억원, 한미약품(128940)이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하면서 선급금 1129억원을 수령한 것과 대비되는 액수다.
조 대표는 "함께 손 잡아 임상 1, 2상까지 개발시킨다면 밸류 증폭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 딜과 한국 딜의 규모가 10배 차이나는 현상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바이오텍에 투자할 때는 과학 외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용화될 시장이라고 본다. 빅파마의 포트폴리오 니즈가 뭔지 살펴보면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로벌 관점에서의 중매(matchmaking)인 셈"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는 항암, 신경질환, 면역·염증성 질환, 안과질환 등 주요 치료 영역 전반에서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들을 참여하면서 직접 네트워킹을 통해 딜 소싱을 하고 있다"며 "국내 사무실에 전무급 2명, 부장급 2명의 인력이 있으며 활발히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