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신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금은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입수된 경제 데이터 역시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명확하게 제기한 배경에는 높아지는 물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근 우리 경제의 강한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신 총재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공급충격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고 수요측 물가 압력도 커지면서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공급망의 정상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과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도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체감물가인 생활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봤다.
반면 성장세는 견조하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세수 확충, 소득 개선 및 투자 확대 등으로 내수도 회복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주가 상승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이른바 ‘빚투’가 크게 늘었다”며,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주가 상승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취약계층 선별 지원은 재정의 역할…부문간 격차 확대 우려도
신 총재는 금리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짚으면서도 재정의 역할이라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기업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통화정책은 시장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물가상승의 부담이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만큼 선제적인 물가안정이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성장의 정보기술(IT) 부문 의존도가 커서 부문 간 격차가 여전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 부문에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구조적 과제로는 원화 국제화를 통한 외환시장 기초체력 제고를 언급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향후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 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도 구조적 과제로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신 총재는 ‘햇볕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AI 기술 발전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이야말로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때”라며 한은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역량 발휘와 조직 내 협력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