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외부 AI 활용을 제한해왔던 반도체 업계의 태도 변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오픈소스 기반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한 사내 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외부 서버와 직접 연결되는 생성형 AI 활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도 일반 외부 AI 에이전트 접속이 제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산업 특성상 외부 서버로 정보가 전송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도입 단계에서는 보안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뒤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안 우려에 막혔던 AI, 결국 빗장 풀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완제품(DX)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반도체(DS)부문도 현재 클로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달 중 챗GPT, 연내 제미나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변화는 더욱 상징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직원의 소스코드 유출 사고 이후 챗GPT 등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후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개발하고 지난해에는 AI 기반 생산성 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최근에는 외부 AI 활용까지 확대하며 사실상 AI 활용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삼성 관계사 임원들이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AI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곽 사장은 “AI 시대에는 누가 더 많이 아는가보다 누가 더 빨리 배우고 변화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각자의 업무를 AI와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수들이 직접 챙기는 ‘AI 생존 전략’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총수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AI 전환을 주문했다. 삼성은 AI 전담 조직 신설과 사장단·임원 교육,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초청 강연까지 추진하며 전사적 AX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LG 역시 AX 속도전에 가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AX는 CEO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이끌어야 할 과제”라며 실행 속도를 강조했다. LG전자는 자체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을 현장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LG이노텍은 물류 자동화와 품질 검사 무인화, LG CNS는 기업용 AX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AI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총수들이 직접 AX를 챙기는 것도 AI를 생존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