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 뜬 ‘빨간 분식집’…40살 신라면, 놀이터가 되다[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3:3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골목. 회색 건물들 사이로 붉은색 외관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큼직한 ‘신라면’ 봉지와 ‘분식 Bunsik’ 간판이 붙었다. 마트 진열대에서 보던 신라면이 성수 한복판에서 분식집이자 굿즈(기획 상품)매장, 체험형 놀이터로 바뀐 순간이었다.

농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운영한다. (사진=신수정 기자)
농심은 오는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해외에서 운영해 온 신라면 브랜드 체험 공간 ‘신라면 분식’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페루, 일본, 베트남, 미국 등 4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 문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수 매장은 1·2층 합산 약 375㎡ 규모로 조성됐으며 약 6개월간 운영된다.

농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운영한다. (사진=신수정 기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신라면 봉지를 의인화한 대형 캐릭터 ‘신’(SHIN)이 맞이했다. 캐릭터 주변으로는 와펜과 키링, 티셔츠, 모자 등 굿즈가 진열됐다. 단순히 제품을 사는 공간이라기보다 자신만의 물건을 꾸미는 체험에 가까웠다. 방문객은 캐릭터와 라면 봉지 모양 와펜 등을 골라 가방이나 필통에 붙일 수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한국적 이미지를 입힌 굿즈었다. 진열대에는 일월오봉병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들어간 라면 세트가 놓였다. 산과 폭포, 해와 달을 배경으로 신라면의 한자 ‘신’(辛) 로고가 더해졌다. 라면이 한 끼 식품을 넘어 성수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챙겨갈 만한 기념품으로 포장된 셈이다.

농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운영한다. 일월오봉병을 연상시키는 라면 패키지. (사진=신수정 기자)
2층은 먹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가 강조됐다. ‘내가 만드는 라면’ 코너에서는 면 종류와 건더기 스프를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직원이 컵에 면과 토핑을 담고, 기계가 이를 하나의 제품처럼 완성했다. 원하는 사진까지 넣을 수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컵라면을 만들 수 있다. 라면 봉지 안에 취향과 추억을 함께 담는 셈이다.

한쪽 벽에는 ‘월드 오브 신라면’ 안내판이 붙었다. 해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농심 제품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신라면 똠얌, 신라면 치즈 볶음, 신라면 김치, 볶음너구리, 순라면 등이 소개됐다. 신라면이 한국의 매운맛에 머물지 않고 각국 식문화에 맞춰 변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농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운영한다. 내가 만드는 라면 코너. (사진=신수정 기자)
메뉴도 다양했다. 똠양꿍 라면처럼 이국적인 맛을 살린 제품부터 구미 라면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아사도 삼겹라면, 신라면 탄탄면, 신계치, 아부라소바, 냉라면까지 준비됐다. 가격대는 5000~6900원 수준이었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면서도 익숙한 신라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맛볼 수 있는 구성이다.

신라면 분식은 단순 팝업스토어보다 안테나매장에 가깝다. 농심은 이 공간에서 소비자 의견을 듣고, 수집한 데이터를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이다. 40년 된 장수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와 다시 만나는 방식도 달라졌다. 신라면은 이제 끓여 먹는 라면에 그치지 않는다. 성수에서는 꾸미고, 만들고, 찍고, 가져가는 브랜드 경험이 됐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분식은 과거 친구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던 한국 분식점의 정서적 가치를 현대적인 체험 콘텐츠로 재해석한 공간”이라며 “팝업스토어를 넘어 신라면 브랜드의 글로벌 팬덤을 넓히는 안테나숍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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