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절반 손실 구간 진입…스페이스X 등 대형 IPO에 시장 '시험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2일, 오후 04:48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통량 절반 가량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페이스X를 비롯한 대형 기업공개(IPO)가 위험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스페이스X 로고 (사진=연합뉴스)
12일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K33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유통량의 50%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22년 FTX 붕괴 이후 처음이다. 전달에는 유통량의 약 30%가 손실 구간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수치가 급격히 악화한 셈이다.

K33은 비트코인이 한때 6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새로운 사이클 저점을 기록했고, 장기 추세선으로 여겨지는 200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왔다고 진단했다. 200주 이동평균선은 약 4년간의 평균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장기 상승장과 하락장을 가르는 기준선으로 여겨진다. 가격 상승과 하락의 강도를 보여주는 일일 상대강도지수(RSI) 역시 2018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기관 자금 이탈도 이어졌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비트코인 ETP 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4108비트코인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ETP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누적 순유출 규모는 약 57억5000만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가장 큰 폭의 자금 유출 구간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한 장부상 손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의 강세장은 통상 이전 투자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어졌는데, 손실 상태의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반등 시 매도 물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가격이 회복될 때 보유 물량을 정리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비트코인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장기 보유하면 결국 오른다’는 투자자들의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고가를 크게 밑도는 흐름이 이어지면 신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더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이미 성장세가 꺾인 시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실제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의 대체 투자처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활기를 찾은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다. 이날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성명을 통해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최종 확정했다. 스페이스X는 5억5556만주를 매각해 총 750억달러(원화 약 114조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로 글로벌 상장기업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운 역대 최대 IPO 기록인 294억달러 조달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 IPO에는 1000억달러(원화 약 138조원)가 넘는 개인투자자 주문이 몰렸으며, 전체 투자 수요는 2500억달러를 웃돌아 공모 규모의 약 4배 수준의 초과 청약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를 계기로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대형 기술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따른 초대형 IPO가 현실화할 경우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으로 향했던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 회사이자 유동성 공급자인 GSR의 장외거래 부문 글로벌 책임자 스펜서 할런은 “스페이스X IPO를 위해 750억달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돈은 어디선가 나와야 한다”며 “가상자산은 이런 대형 딜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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