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대기업과 동네 사장님이 같은 인공지능(AI)를 쓴다. 한국전력공사·삼성물산에 납품한 AI 기술이 외식업 소상공인 1만8000명의 손에도 들어가 있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전문 스타트업 르몽(LEMONG) 이야기다.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13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비롯해 LG유플러스 AI펀드 등이 참여한 프리시리즈A 투자가 올해 1월 마무리됐다. 2024년 10월 시드 투자에 이은 두 번째 라운드다. 르몽은 2023년 12월 설립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솔루션·갤럭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출신 엔지니어, 신한은행·신한금융지주 디지털 전략 담당자, 쿠팡 출신 등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창업했다.
출발점은 2024년 봄 선보인 외식업 리뷰·댓글 관리 서비스 '댓글몽'이었다.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에 쏟아지는 리뷰와 댓글을 일일이 관리하는 데 쓰는 시간을 AI로 줄여주는 서비스다. 반응은 빨랐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 약 1만8000명의 사업자가 매일 쓴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위한 B2B 서비스 '댓글몽Biz'로도 확장해 롯데GRS·굽네치킨·본그룹·피자헛 등 본사 기준 31개사와 계약을 맺었다.
주목할 점은 르몽이 만든 사업 구조의 방향성이다. 요즘 AI 스타트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대부분 둘 중 하나다. 대기업·공공기관용 고난도 AI 프로젝트만 하거나, 소상공인용 가벼운 SaaS(Software as a Service)만 한다. 르몽은 이 둘을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한다. 한국전력공사 사내 GPT, 농어촌공사 지리정보 분석 AI, 삼성물산 시니어 케어 AI 등을 직접 구축하면서, 그 기술력으로 검증·고도화한 AI를 외식업 소상공인 1만8000명이 매일 쓰는 서비스로 풀어내고 있다. 가장 앞선 AI 기술은 늘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회사가 스스로를 "AI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회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이 자체 AI 프레임워크 'Luminir AI(루미니르 AI)'다. 단순히 외부 AI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프랜차이즈별로 맞춤 학습시킨 AI 모델을 직접 만든다.
대기업 프로젝트와 소상공인 서비스, 이 둘은 전혀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로 맞물려 있다. 예를 들어 치킨집 사장님이 "손님이 매장이 더럽다고 댓글을 남겼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력하면, AI는 이런 식의 표현과 대응 패턴을 학습한다. 이렇게 1만8000명의 소상공인이 매일 남기는 실제 한국어 데이터가 쌓이면, AI는 한국 외식업 현장의 말투와 맥락을 점점 더 정교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런 데이터는 인터넷에서 긁어모으거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다.
이렇게 단련된 AI는 다시 한국전력공사·삼성물산 같은 대기업·공공기관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소상공인에게서 얻은 데이터로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그 성능을 대기업 프로젝트에서 검증받은 뒤, 검증된 AI는 다시 소상공인에게 보급된다. 데이터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이고, 검증은 가장 높은 곳에서 이뤄지며, 그 결과물은 다시 가장 낮은 곳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다.
이희용·김보형 공동대표는 "AI를 통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고 사업자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 르몽의 목표라고 말한다. 한 번 쓰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도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고객인 소상공인과 가장 까다로운 고객인 대기업·공공기관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외식업 분야 AI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르몽에게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