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불러오며 코스피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혔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됐다. 증권업계에선 외국인 자금 수급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향후 스페이스X 사업의 확대가 반도체 산업 호조 및 코스피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해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기업 가치는 1조 7700억 달러(약 2680조 원)로, 상장과 동시에 미국 증시 시가총액 기준 7위에 오르며 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됐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선 코스피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스페이스X 상장이 꼽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증시에서 유동성을 빼내면서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했다는 것이다. 상장이 완료된 직후에도 스페이스X를 매수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코스피 주식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난 12일 상장이 완료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이 같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 수급을 교란했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코스피에서 5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24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 12일에는 2조 2041억 원 매수하며 순매수로 전환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앞으로 스페이스X의 사업 확대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돼 코스피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 발사·스타링크 사업뿐만 아니라 우주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사업도 추진 중인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주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내년 말까지 연간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컴퓨팅을 우주에 구축하고, 매년 10배씩 확장해 테라와트(TW) 수준에 이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스페이스X가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생산하는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엔트로픽과 구글 등 우주 데이터센터 고객도 이미 확보해 월 1억 25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임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스페이스X를 통한 반도체 수요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스페이스X의 AI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23년 4억 6300만 달러 △2024년 56억 3000만 달러 △2025년 127억 2700만 달러 △2026년(1분기까지) 77억 2300만 달러 등 폭발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스페이스X는 자체 반도체 생산 공장인 '테라팹'을 통해 해당 반도체 수요를 감당한다는 구상이지만, 반도체 공장 신설에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필요 물량을 기존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페이스X는 테라팹 가동 시점을 2029년이라고 밝혔지만 반도체 업계는 부지 선정부터 테스트 안정화까지 모든 과정을 고려하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수급 이탈은 잠시 스쳐가는 소음일 뿐"이라며 "스페이스X의 AI 패권 경쟁 참여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발행할 거대한 '메모리 청구서'의 증액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우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태양광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우주에선 폴리실리콘보다 무게·유연성 등에서 우위인 '페로브스카이트(PSC)' 도입이 필수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 PSC를 전략적 제품으로 선정했으며 2024년 대형화에 성공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연 100GW 우주 태양광 시대가 도래할 경우 매출 38조 원, 영업이익 15조 2000억 원의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며 "한화솔루션의 PSC 시장점유율이 16.7%라고 가정하면 2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