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 M.AX로 AI 입는다…'한강의 기적' 산업의 재도전

경제

뉴스1,

2026년 6월 14일, 오후 12:00

HD현대중공업의 용접 로봇이 선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2026.6.13 © 뉴스1 김승준 기자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간판이 되기 전, 고도성장은 철강과 조선을 축으로 한 중화학공업이 이끌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이들 산업은 중국의 추격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11일과 12일 포항 포스코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제조업 인공지능전환(M.AX) 현장 언론 공개 행사를 개최해 철강과 조선 분야 인공지능(AI) 도입 성과를 소개했다.

로봇이 쇳물 뜨고, AI 스마트 용광로로 생산성 관리
철강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자본 집약적 플랜트 산업으로 여겨지지만, 원료 운송, 용광로(고로) 운영, 설비 관리 등 공정 전반에 상시로 다수의 인력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적 구조도 가지고 있다.

특히 철강 생산의 핵심인 '고로' 운영에는 지금까지 숙련자의 감각과 직관이 크게 작용해 왔다. 예를 들어 작업자는 열풍구에서 보이는 화염과 가스 흐름, 온도·압력 변화를 종합해 고로에 불어 넣는 바람의 세기와 양을 조정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이러한 사람의 감각을 인공지능(AI)으로 수치화하기 위해 '스마트 고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지성 포스코 1제선공장 공장장은 "고로는 높이가 45m 정도인데 그 안에서 철광석과 코크스가 만나 순수한 철이 된다"며 "고로에 100개 넘는 압력계와 500개 넘는 온도계로 모니터링하지만, 고로 안은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 같아서 사람에게 의존하는 속인성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속인성 요소를 데이터로 만들어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것이 '스마트 고로'"라며 "열풍구의 모습을 AI에 학습시켜 어떤 모양일 때는 생산 효율이 높은지 나쁜지 판단할 기준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고로에서는 생산 단계뿐 아니라 원료의 습도 판단, 고로 내벽에 생기는 부착물 관리 등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코크스의 습도는 고로 내 철광석 반응의 효율, 부착물은 고로 수명에 직결된다.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던 고로 상황 판단을 이미지와 센서 데이터로 치환해, AI가 선제적으로 바람과 원료 투입을 조정하는 구조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이에 더 나아가 로봇과 AI를 고위험 작업, 설비 관리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도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와 KIRO는 △쇳물 샘플 측정 로봇 △설비 이상 감지 와이어 로봇 △컨베이어 벨트 롤러 교체 로봇 △작업장 디지털 트윈 등 다방면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고로에서는 쇳물(용선) 샘플을 반복적으로 채취해 탄소·불순물 함량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설계한 성분 범위에서 벗어나기 전에 공정을 미세 조정한다.

이 샘플 채취는 1500도 안팎의 쇳물이 끓는 용광로 앞에서, 긴 막대 끝의 작은 컵을 쇳물에 잠깐 담가 시료를 떠내는 작업이다. 고온 복사열과 비산 쇳물 위험이 큰 대표적인 고위험 공정 중 하나다.

KIRO 관계자는 "쇳물 샘플링을 주기적으로 하면 품질 관리에 좋지만, 뜨겁다 보니 작업자들이 자주 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유로메카라는 국내 업체와 국산화율이 높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비 이상 감지 와이어 로봇과 컨베이어 벨트 롤러 교체 로봇은 철광석과 코스크를 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 관리 자동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와이어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주변을 긴 줄을 타고 다니며 이상 소음, 이상 마찰열 등을 감지하면, 롤러 교체 로봇이 출동해 컨베이어 벨트 일부를 들어내고 롤러를 교체한다. 이를 사람이 교체할 경우 4명이 투입돼 30분간 공정을 멈춰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컨베이어 벨트를 살짝 들어 가동을 유지한 채 롤러를 교체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각종 로봇과 작업장 현황은 원격으로 관리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될 예정이다.



용접공 7명이 하던 용접, 1명이 용접 로봇 관리…생산성은 2배
HD현대중공업도 용접 로봇과 인양용 고리(러그) 생산·재활용 자동화를 통해 조선소의 생산성과 공정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선 산업은 철강 판재를 절단·성형한 뒤, 이를 설계대로 조립하는 소조립과 중조립을 거쳐 대형 블록을 만든다.각 단계에는 엄청난 양의 반복 용접 작업이 수반되며, 설계대로 정밀하고 일관되게 이뤄지는 용접이 선박 최종 품질과 직결된다.

용접로봇은 산업부의 '선박 조립공정 적용을 위한 협동 로봇 기반 AI 자율 제조 시스템 개발' 사업을 통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을 기반으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개발했다.

이 용접 로봇은 선박 블록 조립 과정에서 설계 도면 정보를 불러온 뒤, 비전 센서와 AI로 블록 형상과 용접선을 인식해 용접 위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지정된 부위를 자동으로 용접한다.

초기 모델은 로봇이 용접을 끝내면 사람이 로봇을 들어 다음 용접 구간으로 옮겨줘야 했으나, 현장 의견을 반영해 레일 위에서 밀어 옮길 수 있도록 개량됐다. 현재는 레일 위에서 자율 이동이 가능하도록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추후에는 HD현대로보틱스 로봇 기반으로도 개발될 예정이다.

윤대규 HD현대중공업 상무는 "현장에서 로봇 도입 후 약 70%의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피드백이 나오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한 사람이 2대의 로봇을 운용할 수 있었는데 자율 이동이 가능해지면 최대 6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선체의 평판 패널(판계)을 조립하는 반복 작업에도 용접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윤 상무는 "과거 수작업 때는 하루 500톤 분량의 물량을 소화했는데, 로봇 도입 후에는 주간 시스템만 돌릴 때는 750톤, 주야간 모두 돌릴 때는 1000톤까지 생산성이 향상됐다"며 "기존에는 작업자가 7명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대졸 사원 2명이 주야간 각각 1명씩 자동화 시스템을 구동해 같은 양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의 용접 로봇이 선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2026.6.13 © 뉴스1 김승준 기자

또 HD현대중공업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조선업 부자재인 인양용 고리(러그) 생산도 내재화했다.

러그는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거나 이동할 때, 블록과 인양 장비를 연결하는 금속 고리(부품)로 조선소 생산 공정 전반에서 대량으로 사용된다. 선박의 한 블록 생산이 완료되면 외판에 러그를 용접하거나 결합자재에 끼운 뒤, 여기에 크레인 훅을 걸어 블록을 원하는 위치로 옮기고, 작업이 끝나면 러그를 제거·회수하는 방식이다.

러그는 블록의 크기, 형상, 작업 조건에 따라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되기에 상황에 맞게 제작·재생·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러그 용접, 절단, 이송 작업을 용접·절단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AMR)이 맡으면서 생산 흐름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실제 러그 생산량은 사람이 하던 것에 비해 87.5% 높아졌고, 다른 분야의 조선 사업부에도 필요한 러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향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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