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 업체.(사진=뉴스1)
고환율은 페인트 업계에 치명적인 악재다. 페인트 원재료는 원유 기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매우 높다. 페인트 기업이 국내 재료상을 통해 원재료를 구매하더라도 해당 원재료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과정에서 이미 고환율은 반영된다. 중동 전쟁이 터지며 국제 유가마저 상승하자 페인트 업계의 원재료값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이유로 페인트 업계는 이미 한 차례 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계획을 수정한 바 있다. 공정위가 페인트 업계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KCC(002380), 노루페인트(090350), SP삼화(000390)(옛 삼화페인트공업) 등 주요 페인트사는 지난 4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원재료 수급 불안, 고환율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당시 예고한 인상률은 적게는 10%, 많게는 40%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칼을 빼들자 KCC는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고 노루페인트와 SP삼화는 인상 폭을 10% 수준으로 축소했다.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덜려던 계획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이후에 원가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업체들은 연초 세웠던 사업계획을 다시 손질하고 있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 A씨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지난해 말 예상했던 환율을 동일하게 적용해 남아 있는 2026년 매출과 비용을 계산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분기마다 수정 예산을 짜긴 하는데 이때 환율을 매번 다르게 적용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업황 회복 신호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건설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중동발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최근 공정위가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지난 4월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인상 폭을 축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시장과 정부 당국의 부정적 시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 B씨는 “4월에 페인트 가격을 인상하려고 했던 것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 고환율 기조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며 “그때 올려야 할 만큼 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 추가 인상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크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