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비염 늘었다...원인은 '폐'가 아니라 ‘장’에 있다[전문가 칼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전 09:02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환절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기침, 콧물, 코막힘 같은 호흡기 증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대개 호흡기 질환은 폐나 기관지의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 장내 미생물 환경의 변화가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세포의 약 70%가 장(Gut)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장은 인체에서 거대한 면역기관 중 하나다. 장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지나가며 영양분이 흡수되는 통로인 동시에 수많은 미생물과 이물질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최전선이다. 외부 물질과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곳이기에 강력한 방어 체계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장의 방어 체계, 즉 ‘면역 반응’이 장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에서 훈련받은 면역 세포와 여기서 비롯된 면역 신호는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며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대표적인 종착지가 바로 우리가 숨 쉬는 통로인 폐와 기관지다.

그렇다면 장과 폐는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까요? 최근 의학계는 장과 폐가 면역계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른바 ‘장-폐 축’(Gut-Lung Axis) 이론에 주목하고 있다. 장에서 생성된 다양한 대사 물질과 면역 반응이 혈액을 통해 폐와 기관지까지 전달된다는 뜻이다. 즉 장 건강이 곧 호흡기 건강의 거울인 셈이다.

문제는 이 면역 고속도로를 지키는 검문소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한다. 식습관 변화나 스트레스 등으로 장 점막이 약해지면 장 투과성이 높아지는 이른바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현상이 나타난다. 장벽을 통과하지 말아야 할 유해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유입되면서 전신 면역계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 결과 폐와 기관지에서도 염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다.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코와 목의 부종, 잦은 기침은 장에서 비롯된 염증 신호가 면역 고속도로를 타고 호흡기로 무단 진입해 일으킨 과민 반응의 결과물일 수 있다.

장 점막은 병원균과 유해 물질이 몸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최전방 방어벽이다. 그리고 이 방어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며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주역이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수조 개의 미생물과 면역계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다. 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호흡기 건강도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장 건강을 유지하고 장벽을 지키는 ‘미생물 파수꾼’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관리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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