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본격 가동…검증 기간 1/7 단축

경제

뉴스1,

2026년 6월 15일, 오전 09:06

삼성전자가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진행중인 '마이크로 RGB' TV 옥외광고.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4 © 뉴스1 유승관 기자


삼성전자(005930) DX부문이 최근 자체 구축한 고성능 컴퓨팅(HPC)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제품 개발 혁신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2030년까지 국내외 전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는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

개발 단계부터 제조 현장까지 이어지는 AI 대전환(AX)의 토대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암 데이터센터에 HPC 서버 517대 구축…전 사업부로 확산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사내 공지를 통해 '디지털 트윈' 기반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암동 데이터센터에 HPC 서버 517대를 구축하고 기구·회로 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6월 HPC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도입으로 △시간 절약 △비용 절감 △오류·사고 예방 △문제 원인 분석 △협업 효율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새로 구축된 HPC 인프라는 고성능 CPU가 탑재된 서버로 구성돼 기존 대비 △연산 속도 약 5.8배 개선 △가상 검증량 약 6배 증가 △장기내구성 실물시험의 단기해석 전환 등 개발 사전검증 효율화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DX부문은 2026년 대규모 샘플·검증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부별 HPC 인프라 활용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부별로는 △MX사업부의 스마트폰 모든 각도 낙하시험 △VD사업부의 TV 낙하·발열 검증 △생활가전사업부의 세탁기 다이어프램 장기 검증 및 로봇청소기 충돌 검증 △네트워크사업부의 RU(라디오 유닛) 방열 검증 등에 HPC 인프라가 활용될 예정이다.

검증 시간 단축·범위 확대…HPC 해석, 가전·IT 완제품 전반 확장
HPC 인프라 도입은 검증 시간 단축과 검증 범위 확대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검증 시간 측면에서는 기존 15일이 걸리던 TV 낙하 검증이 2일로, 세탁기 낙하 검증이 15일에서 5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 시제품을 제작해 반복 시험하던 과정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함으로써 개발 리드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검증 범위 측면에서는 그동안 물리적 제약으로 수행하지 못했던 시험도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의 모든 각도 낙하 검증은 기존에 미진행 영역이었으나 HPC 인프라 도입으로 700개 케이스를 하루 만에 검증할 수 있게 된 것. 실물 검증에 의존하던 세탁기 다이어프램 장기 검증도 2일 내 완료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DX부문 HPC 인프라는 스마트폰, TV, 세탁기 등 가전·IT 완제품 개발 검증에 특화된 전용 인프라를 모든 사업부 공용으로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자동차·항공 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HPC 기반 가상 검증 체계를 가전·IT 제품 개발 전반으로 확장한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가전 업계의 개발 방식 전환을 선도하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제공)

2030년 'AI 자율공장' 전환과 맞물려…개발-제조 잇는 AX 인프라
재계에서는 이번에 오픈한 HPC 서비스가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AI 자율공장'(AI Driven Factory) 전환 전략과 맞물려 의미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AI 자율공장은 제조 전 공정에 AI를 적극 적용한 공장으로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생산·물류 'AI 에이전트'를 통해 데이터 기반 분석과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화 단계'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제조 전 공정에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 도입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오픈한 HPC 서비스는 제품 '개발'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AI 자율공장은 '제조'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개발 단계에서 축적된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해석 역량이 제조 공정의 디지털 트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AX 체계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제조 경쟁력 강화의 변곡점"… 자체 인프라 확보에 주목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HPC 인프라를 구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안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규모 해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가 제조 경쟁력 격차를 벌리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증 기간 단축이 곧 신제품 출시 속도와 직결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TV 시장에서 경쟁 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HPC 기반 시뮬레이션 역량이 2030년 AI 자율공장 시대에 요구되는 데이터·해석 인프라의 선행 투자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AI가 제조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검증하는 자율화 단계로 가기 위해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컴퓨팅 파워가 전제돼야 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HPC 서비스는 디지털 트윈을 개발 현장의 일상적인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가상 검증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와 적용 범위가 함께 넓어지는 만큼 2030년 AI 자율공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트윈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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