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전 종전 앞둔 호르무즈 해협. 14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반도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사진=로이터.)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종전 소식과 함께 국제 유가는 빠르게 내렸다. 14일 현지시간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3.9% 하락한 8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8% 떨어진 배럴당 약 81달러에 거래됐다. 5월 초 ‘제3차 오일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10달러를 돌파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화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이날 오전 9시 장중 전날 대비 15.8원이나 뚝 떨어진 1504.0원을 기록하며 하락 기대감을 키웠다.
◇유가·환율 급락에 항공·차·가전 ‘안도’
이번 유가 하락으로 항공업계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유 구매비뿐만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와 해외 정비비, 엔진·부품 구매비, 해외 공항 사용료 등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지급한다. 최근에는 항공유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됐다.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항공사들은 연료비와 달러 결제 비용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업계도 중동 리스크 완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 석유계 소재 가격과 공장 에너지 비용의 상승 압력이 낮아져 일부 소재·부품 조달 비용도 안정될 수 있다. 완성차와 부품을 운송하는 선박과 트럭의 연료비가 내려가면 물류비 부담 역시 완화된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항공사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일정 부분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현대차·기아처럼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은 원화 환산 효과도 축소될 전망이다.
가전업계도 중동 지역 긴장 완화에 따른 비용 부담 경감 효과가 기대된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제품 대부분을 선박으로 운송하는 만큼 해상 운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항로 불안이 겹치며 물류비 부담이 커졌고, 시장에서는 관련 영향이 2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역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와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종전으로 이러한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석화 ‘역래깅 공포’…해운은 기회·부담 공존
이와 반대로 정유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원유 수급이 정상화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가가 빠르게 하락할 경우 역(逆)래깅 효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래깅이란 원재료를 비싸게 구매해 보관하는 동안 판매 시점의 제품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게다가 유가가 떨어지면 재고로 쌓아놓은 원유의 가치가 하락해 대규모 재고손실도 예상된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정유 4개사가 기록한 손실만 4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석화업계 역시 역래깅 공포에 직면했다. 이번 전쟁 기간 동안 원유에서 추출되는 석화산업의 핵심 원료 나프타도 유가와 함께 고공행진을 벌였는데, 나프타 공급난이 해소되면 그동안 국내 석화업계를 침체로 이끌었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지 못하다. 그동안 실적의 발목을 잡던 국제 유가 안정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할 만한 요인이지만, 글로벌 교역 둔화 가능성과 컨테이너선 중심의 운임 약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하반기 업황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좀 더 신중하게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선박 통행이 실제로 자유로워질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19일에 체결할 MOU에 이란 제재가 해제가 담길지 여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