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블로썸파크에서 연구원들이 배양 중인 육상양식 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각각 새만금과 천안에 김 육상양식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풀무원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착공했고, CJ제일제당은 오는 8월 충남 천안에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착공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은 국내 수산식품 수출을 이끄는 대표 품목이다. 조미김을 중심으로 해외 소비가 확대된 데다 스낵, 한식 소재, 건강식 원료로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급 안정성이다. 김은 주로 겨울철 바다에서 생산되는데, 수온 상승과 해수업황 변화, 병해, 태풍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생산량과 품질이 흔들릴 수 있다. 글로벌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계절과 바다 환경에 묶여 있는 셈이다.
육상양식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상양식은 실내에 바다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김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온도와 빛, 영양분 등 생육 조건을 제어할 수 있어 연중 생산과 품질 균일화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바다에서 생산된 김 원초를 매입해 가공·판매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종자 생산, 배양, 생육 환경 제어, 가공 연계 등 생산기술 확보가 새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풀무원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초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착공하며 육상양식 김 기술 실증과 산업화 기반 구축에 나섰다. (사진=풀무원)
두 회사의 전략은 다르다. CJ제일제당(097950)은 비비고 김을 중심으로 육상양식 김의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천안 시설에서 생산되는 김은 ‘비비고 김’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 제품과 투입 비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자체 개발한 전용 품종을 앞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품종에 대해 “생산 수율이 높고 안정적으로 자라며, 기존 해상양식 품종과 비교했을 때 육상양식 조건에서 고온 적응 범위가 넓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원가 경쟁력에 대해서는 당장 가격 경쟁보다 차별화된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투자를 단순한 원료 확보 차원으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공급망 내재화를 육상양식 기술의 주요 목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맛·품질 등 소비자 혜택을 고려해 진행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향후 지자체 협업을 기반으로 한 확대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풀무원(017810)은 새만금 기반의 육상 김 양식 생태계와 지역 어업인 연계 모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만금 R&D센터는 육상양식 김 상업화를 위한 핵심 실증 거점이다. 풀무원은 이곳에서 생산기술과 운영체계를 검증하고 사업성을 확보한 뒤, 2027년 마켓 테스트 형태의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풀무원은 종자 생산부터 중간육성, 본양식까지 전 주기에 걸친 생산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물김 생산부터 가공까지 연계되는 원스톱 생산체계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지역 어업인이 육상양식 기술을 활용해 물김을 생산하고, 풀무원이 이를 전량 수매해 가공·제품화·유통까지 맡는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제품화 방향도 넓게 보고 있다. 풀무원은 육상양식 김을 다양한 김 제품군은 물론 식물성 식품 소재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기술 개발과 함께 지속적인 마켓 테스트와 소비자 조사를 수행하며 시장 니즈를 파악해 왔다”며 “육상양식 김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제품 선호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화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김 수요가 커질수록 안정적인 생산기술 확보가 식품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업의 경쟁축이 단순 가공·브랜드 경쟁에서 종자, 배양, 품질관리 등 생산기술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현 고려대 생명과학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에서는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시점에 적정량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품질이 일정하지 않으면 바이어가 바로 판매하든 재가공하든 상품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김 육상 양식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 가공을 넘어 품종과 품질관리 역량을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