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도민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2024.9.8 © 뉴스1 오현지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제주의 하늘길은 꽉 막혀있다. 식당 규모는 키웠는데 출입문을 좁게 열어둬 밀려드는 손님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상황이 현재 제주국제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다.
16일 관광업계와 제주도청 등에 따르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공사가 끝났음에도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슬롯·Slot)는 7년째 35회에 묶여 있다. 안전을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슬롯 확대를 불허하면서, 제주를 찾으려는 고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막대한 수요가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잡고자 무작정 국제선을 늘리자니 육지를 오가는 도민들의 필수 이동권인 국내선이 위협받게 된다.
공사 끝났는데…'안전'에 막힌 슬롯 확대
현재 제주공항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비행이 허용되는 '커퓨'(야간 운항 통제) 시간 내에 1분 40초~2분당 한 대꼴로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5년부터 슬롯을 기존 35회에서 40회로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사업에 착수, 2019년에 공사를 마쳤다.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고속탈출유도로 신설 등 '에어사이드'를 확장했고, 여객터미널 증축 등 '랜드사이드' 정비까지 모두 끝냈다.
하지만, 공사 완료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슬롯은 여전히 35회에 머물러 있다.
활주로와 항공기가 대기하는 계류장 사이의 간격이 좁아, 비행기 이동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제주도청이 국토부와 공항공사 등에 수차례 "안전이 담보되는 선에서 40회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1.5조 날릴 판…국내·국제선 '진퇴양난'
슬롯 포화가 불러오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산술적으로 슬롯을 단 1회만 늘려도 연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6000편 이상 늘어나고, 110만 석 이상의 좌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액이 약 125만~13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슬롯 1회 확대만으로 연간 1조 5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슬롯 35회를 유지하는 매년 이 천문학적인 돈이 증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큰 고부가 관광 시장의 타격이 크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마이스(MICE) 같은 대규모 단체 시장에서는 항공편 슬롯이 부족해 예약 자체를 못 하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목적지를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나마 공급이 원활한 중국 노선의 경우에도 대부분 노후된 작은 기종으로 운항되고 있어 프리미엄 관광 활성화에 제한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경제 효과만을 위해 국제선 비중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35회라는 한정된 슬롯 파이를 국내선과 국제선이 나눠 써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선이 늘어나면 육지를 오가는 도민들이 타야 할 국내선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국제선을 늘리면 도민들의 이동권에 문제가 생겨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국제공항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6.5.1 © 뉴스1 오미란 기자
숨통 트인 日 오키나와…결국 답은 '제2공항'인가
슬롯 포화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폭발적인 '잠재 수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와 직항이 연결된 중국 도시는 12곳에 불과하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중국 내륙 대도시들의 제주 여행 수요가 빗발치고 있지만, 전세기 한 편 띄울 슬롯 여유조차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세기 증편이 가능해진다면 항공편이 감소한 일본과 직항 노선이 제한적인 동남아 국적 관광객들이 큰 수요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 MICE 단체들과 내륙 대도시의 직항 수요도 엄청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환승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전세기를 통한 직항이 굉장히 많은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슷한 처지였던 일본의 대표적 섬 관광지 오키나와(나하공항)는 해법을 찾았다. 제주공항처럼 단일 활주로로 극심한 포화를 겪었지만, 2020년 바다를 매립해 '제2활주로'를 건설하며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
반면 제주는 단기 해법인 '슬롯 확대'마저 가로막혀 있어 당분간 제주 하늘길의 답답한 딜레마는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공항 포화도가 90%에 육박하는 지금의 꽉 막힌 상황에서는 결국 제2공항 건설만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답 아니겠나"라며 씁쓸해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