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되고 현대차는 안되는 이유[기자의눈]

경제

뉴스1,

2026년 6월 16일, 오전 10:21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가운데)이 5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슈퍼 타이큐 2026' 3라운드 현장에서 미국산 캠리의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배경으로 발언하는 모습. 도요타 중형 세단 캠리는 일본 단종 3년 만에 올 가을 미국 생산 물량으로 일본 시장에 재출시된다. 2026.6.5/뉴스1 김성식 기자


지난 5일 일본 시즈오카현(県) 후지 스피드웨이. 도요타는 이 자리에서 미국 켄터키주(州)에서 생산된 도요타 중형 세단 '캠리' 11세대(해외시장 기준 9세대) 모델을 자국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올가을 출시해 연간 1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다.

캠리는 판매 부진으로 2023년 12월 10세대를 끝으로 일본에서 단종됐다. 3년 만에 세대 변경 모델로 다시 팔리게 되는 셈이다.

캠리만이 아니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만든 준대형 SUV '하이랜더'와 대형 픽업트럭 '툰드라'를 지난 4월부터 자국 시장에 풀고 있다. 모두 일본 시장엔 없는 모델이다. 미국이 지난해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강화한 근본 원인인 대(對)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미국산 캠리를 일본에 도입해 판매를 재개한다면,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서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무역적자는 128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한국은 287억 달러(22.4%)로 멕시코(404억 달러· 31%), 일본(353억 달러·27.6%)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州) 신공장(HMGMA)을 완공하며 현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그럼 현대차·기아도 도요타처럼 미국 생산한 차를 들여온다면 자동차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대차와 기아 역시 소형 픽업 '싼타크루즈'와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미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생산되지 않는 모델이어서 국내 생산 물량 감소를 피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 자동차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려 하자 노조에서 국내 생산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멀쩡한 한국 공장을 놔두고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하려 한다고 하면 동일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현대차·기아 노사가 합의해야 할 거대 담론이 관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도입을 둘러싸고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이 HMGMA 증설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근본적인 생산성을 확실히 올려 매일의 행동을 확실한 성과로 연결 짓고, 미래에 반드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 AI를 도구로서만 쓸 것이 아니라 나의 부가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각오로 마주해야만 한다."

키토 케이스케 도요타 노조위원장이 지난 3월 노사 협의회에서 꺼낸 작심 발언이다. 우리 노조 역시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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