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컵라면 바닥 봤다가…뜻밖의 위로에 '울컥'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1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근 한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 홀더에 적힌 응원 메시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식품업계의 ‘한 줄 마케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품이나 포장재에 짧은 문구를 담아 소비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방식이다.
과거 단순히 주문 정보나 유통기한(소비기한)만 적혀 있던 공간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소통 창구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표 사례로는 오뚜기의 컵라면 하단 응원 문구가 꼽힌다. 컵라면 바닥에 숨겨진 짧은 문구를 발견한 소비자들의 후기가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17일 오뚜기에 따르면 해당 캠페인은 지난 2020년 한 고등학생 소비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재혁 오뚜기 마케팅실 팀장은 “2020년 5월 29일, 한 고등학생 소비자가 제안한 ‘제품 내 응원 문구 삽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신속하게 추진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헌신하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팬데믹으로 지친 국민적 피로감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그해 6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오뚜기 컵라면 하단의 응원 문구
좁은 컵라면 하단 공간에 들어갈 문구를 만드는 과정에는 임직원들의 치열한 고민이 담겼다. 특수문자를 포함해 ‘10글자 이내’라는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처음 응원 문구를 선정할 때는 마케팅실 라면팀원들이 모두 모여 총 76가지 아이디어를 냈고, 임직원 투표를 통해 가장 호응이 좋았던 5개 문구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당시 선정 문구는 △의료진 덕분에♡ △♡의료진분들 화이팅♡ △생활속 거리두기 꼭! △♡힘내라! 대한민국♡ △모두를 응원합니다♡ 등이었다. 오뚜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2년도부터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응원 문구 아이디어를 응모받고 내부 채택하는 방식의 참여형 이벤트로 확장해 운영 중이다.

다양한 제품군 중 왜 하필 ‘컵라면 하단’이었을까. 여기에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한 마케팅 전략과 따뜻한 시선이 숨어 있다. 소비자가 컵라면 비닐 포장을 제거하거나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뒤집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발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컵라면은 오뚜기를 대표하는 제품이자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카테고리”라며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응원 메시지를 선물처럼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한 줄 마케팅이 단순한 판촉 수단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품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 과정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취식하는 물리적 시간 동안 제품 자체를 강력한 소통 매개체로 진화시킨 성공적인 공감 마케팅 사례”라고 꼽았다.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정서적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 바나프레소는 음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오늘의 운세’와 ‘오늘의 한마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23년 관련 SNS 이벤트를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운영을 확대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일부 고객들은 운세가 적힌 라벨지를 모으거나 SNS에 공유하는 등 오늘의 운세를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뚜기는 컵라면 캠페인 이후 컵밥, 냉동피자, 간편국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군으로 응원 문구를 확대 적용했다.

이재혁 팀장이 가장 애정하는 응원 문구는 ‘수고했어 오늘도’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표현은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말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뚜기는 “‘수고했어 오늘도’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전하고 싶은 오뚜기의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에 작은 위로를 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컵라면이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는 3~4분의 시간은 참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며 “기다림의 끝에 반드시 따뜻하고 맛있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면 반드시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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