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은 대출 확대 아닌 자원배분 혁신”[ESF2026]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3:36

[이데일리 최정훈 안유리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신관호 한국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17일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원배분의 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가계·부동산 중심으로 쏠린 자금을 혁신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관호 한국금융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 기조연설2에서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 글로벌 질서 변화 속 자본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신 회장은 이날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생산적 금융과 경제성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연구를 보면 금융이 제대로 발전할 경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다만 한국 금융은 현금흐름보다 담보 중심, 기업보다 가계·부동산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이 구조적 한계”라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생산적 금융이 필요한 배경으로 성장 둔화와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도 전체 경제로 보면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며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금융이 성장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이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넘어 혁신기업을 선별하고 성장 과정 전반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담보만 있으면 대출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금융 역량이 필요하다”며 “벤처투자 이후 스케일업 단계까지 금융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의 생산적 금융이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신 회장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보다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거나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의 문제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자금 배분이라고 진단했다. “자금은 충분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보다 안전한 부동산과 담보자산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총량보다 취약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정보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무형자산 중심 기업은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세금·회계·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해 금융기관이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IPO와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만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기술기업 성장은 금융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대학, 창업 생태계 등 실물 부문의 제도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파산제도 등 실물경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상승과 관련해서는 “과거와 달리 한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민간 대외자산, 기업의 환헤지 역량을 갖추고 있어 환율만으로 위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환율을 특정 수준으로 억제하기보다 물가와 경기 중심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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