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마저 적자 못 피한다"…위기감 흐른 삼성 전략회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5:27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무거운 위기감 속에 올해 하반기 사업계획을 점검했다. 특히 메모리발(發) 원가 부담에 적자 수렁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주요 지역별 TV, 가전 등의 목표 역시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發 적자 빠진 삼성 스마트폰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이틀간 노태문 완제품(DX)부문장 사장 주재 아래 주요 완제품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DX부문의 경우 전날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 이어 이날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가 머리를 맞댔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임원급들이 모여 각 해외법인과 각 사업부의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목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틀간 이어진 회의는 과거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이대로면 2분기 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회사 전체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방어했고 거의 매년 최대 연말 성과급을 받았던 MX사업부의 적자는 내부적으로 충격이 컸다고 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완제품(DX)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 완제품의 ‘간판’ 스마트폰이 부진한 것은 역설적으로 메모리 초호황 탓이다.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가격 전반이 폭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급 갤럭시 S 시리즈보다 보급형 A 시리즈의 여파가 더 컸다. A 시리즈는 그동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층의 대안 역할을 하며 실질적으로 MX사업부의 실적을 견인해 왔는데, A 시리즈마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삼성전자 사업부의 한 임원은 “지난 몇년간 중국폰 성장세와 폼팩터 혁신 한계 등으로 위기감이 늘 있었지만, 올해 정도는 아니었다”며 “글로벌 각 지역별로 모두 원가 상승에 따른 영업 부담이 확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3.9% 급감한 10억9000만대로 추정된다. IT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역사상 최악의 한 해’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또 주요하게 다뤄진 안건은 하반기 기대작인 갤럭시 폴더블폰이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영국 런던에서 언팩 행사를 통해 이를 공개한다.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애플이 참전할 경우 시장 자체가 커져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AI 특별교육 받은 해외근무 임원들

TV 사업의 위기감은 더 컸다. 스마트폰의 경우 일시적인 원가 부담이 사업을 짓누르는 성격이 있지만, TV의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파고가 덮치고 있는 탓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출하량 기준 13%의 점유율로 중국 TCL(16%)에 역전 당했다. 업계 현장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중국 본토에서 TV와 생활가전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전략회의는 구글 출신 이원진 VD사업부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플랫폼·서비스 전략이 주를 이뤘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임원은 “삼성 내부에서는 전임 사업부장의 그립감이 너무 약하다는 말이 많았다”며 “(그룹 조직 차원에서) TV 사업 대수술에 완전히 힘을 실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또 DX부문 전반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AI 전환(AX)를 집중 논의했다. AI 전환을 통해 업무 생산성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의사결정 속도와 조직 전반의 실행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 전날인 15일에는 해외 근무 임원들을 위한 AI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DX부문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AI를 접목한 업무 혁신으로 의사결정 속도와 조직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AI 자율공장을 통해 글로벌 생산거점의 품질과 생산성을 균일하게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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