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법 닻 올렸지만…전기료·수출장벽에 철강업계 ‘반쪽 기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3:31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스틸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틀은 마련됐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기요금 부담과 수출장벽을 완화할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장벽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철강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이날부터 본격 시행됐다. K-스틸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첫 특별법이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저탄소 철강 인증제, 저탄소 철강 특구 조성, 재생철자원 산업 육성, 사업재편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 등 탄소중립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포스코는 이날 광양제철소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250만톤(t)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했다. 약 6000억 원이 투입된 이 설비는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75% 줄일 수 있어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전환을 상징하는 투자로 평가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 시행에 따른 체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가 그동안 가장 강하게 요구해 온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특히 전기로 확대와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기업 부담을 키워왔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2024년 4분기 185.5원까지 오르며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

현재 국회에는 탄소중립 전환에 수반되는 전기요금 및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K-스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철강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기업들이 실제로 체감하려면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같은 후속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EU의 수입 규제 강화 국내 철강업계 수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 EU는 다음 달부터 철강 무관세 쿼터를 대폭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5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역시 철강 관세 50%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까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주요 수출시장에서 통상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재 수출은 232만4843톤(t)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현재 EU와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한국산 철강에 대한 우호적 쿼터 배정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0일(현지시간) EU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철강 수입규제 강화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K-스틸법이 철강산업 지원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향후 전기요금 지원, 저탄소 투자 지원, 통상 협상 성과 등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규제 대응보다도 전기요금 부담이 당장 더 큰 경영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로 확대와 탄소중립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이나 전력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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