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6.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최근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종전 합의 기대감에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 옮겨가는 데다,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5월 전망 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하며 재차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다.
고환율·성과급발 '물가 악순환' 경계…한은, 적극적 금리인상 예고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올해 초 목표 수준 근방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물가 상승률은 중동전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3%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석유류 가격은 20% 넘게 뛰었고 근원물가도 2%대 중반까지 높아졌다.
신 총재는 물가 상방 위험이 남아있는 이유로 세 가지를 짚었다. 먼저 "에너지 공급망이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고 유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누적된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비용 요인에 더해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금 상승 역시 수요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는 "높은 수준의 물가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여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갖고 있다"며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환율도 유가 상승효과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화 환율이 약세일 경우 유가 상승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유가는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화가 강세이고 원화가 약세일 때 유가가 오르면 이중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 총재는 "직접 효과는 휘발유 가격이나 유류할증료처럼 모두 알 수 있는 영향이지만, 간접 효과와 2차 파급 효과가 더 중요하다"며 "간접 효과는 가치사슬을 통해 비용이 오르면 재화나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포물선을 그리며 퍼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압력이 2차 파급 효과까지 전이되면 기업의 가격 결정과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생기고, 통화정책이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때가 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에 더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특별 성과급 등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정부의 노동 관련 법제 변경으로 인한 직고용 문제 등 임금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임금 측면은 분명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재정정책과 상충 안 돼"…일각의 '빅스텝' 제기엔 신중론
신 총재는 향후 금리인상으로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크게 상충되는 면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초 추경 중 일부는 최고가격제와 피해지원금 등에 쓰였는데 총수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재정 상태가 양호하고, 채권을 추가 발행하는 것도 아니어서 재정정책에서 나오는 채권금리 상방압력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수요 측면에서 5월 통방 때보다 지금이 강하지 않은가 하는 판단을 갖고 있다"며 "상방 압력이 좀 더 강한 시점에서 재정이 수요에 더해진다면 그때는 다시 가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채무 상환에 초과세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금 재정 상황이 워낙 좋기 때문에 채무 상환도 한 용도지만 그것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둘 수 있는 사업도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떠나 큰 그림으로 보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신 총재는 "시장 상황이 저희의 세계관을 정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빅스텝 얘기가 나올 당시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웠고, 채권금리도 많이 높았고 환율도 많이 올랐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예외적 조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은 통화정책을 펼 때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려있는 흐름을 항상 보며, 그런 상황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당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이 연말까지 전쟁 전의 6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제로 물가를 전망했다며, 이런 판단을 뒤집을 만한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