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개최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구체적으로 차량용 AI 분야는 기술 적용 방식과 플랫폼 구조를 정립하고 성능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율주행 기술은 강제 국가표준을 시행하는 한편 운전자보조 기능의 기준도 대폭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전기차 배터리는 충돌 이후 안전성과 해체·파쇄 과정 등 안전 기준 전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표준 정비는 글로벌 표준 주도권 확보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시험인증실장은 “국내 자동차 및 부품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강화된 인증·시험 기준에 대응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식 기술 규격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소프트웨어 등도 이 기준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지침에는 국제표준화기구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 등 글로벌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해 새로운 국제표준을 제안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중국이 주도하는 자동차 분야 국제 과학기술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아세안, 아프리카, 브릭스(BRICS) 국가 등과의 자동차 표준 협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중국의 표준 강화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국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V’를 출시하는 등 현지 시장 재공략에 나선 가운데 한층 세분화된 기술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소프트웨어, 사이버보안 등에 강도 높은 현지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관련 표준까지 촘촘해지면 중국 전용 기술 개발과 시험·인증에 투입되는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 개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미국, 유럽의 기술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르게 형성될 경우 하나의 통합 플랫폼만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식 표준이 제3국으로 확산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중국이 해외에서 표준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차량을 큰 추가 비용 없이 해외에 공급할 수 있다.
반면 비중국 업체들은 중국식 기술 표준에 별도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가격 경쟁력과 출시 속도가 중요한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실장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을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에서 기술 규칙 설정 능력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며 “기업들은 국제 표준화 동향 모니터링과 핵심 기술 확보, 표준화 활동 참여 등을 통해 변화에 선제적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