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령화로 재정 부담 커질 것"…초과세수, 국가채무 투입 주장도[ESF2026]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45

[이데일리 손의연 최정훈 안유리 기자 김태섭 정유진 수습기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도 인구구조 변화와 정치적 양극화, 저금리 기조 등이 겹치며 국가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준칙·재정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재정 부담이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감축 등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2에서 ‘불확실성의 시대, 지속 가능한 조세·재정정책’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방인권 기자)
◇급격한 고령화 접어든 한국…“비용 늘며 재정 부담 가중”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조세재정: 불확실성 시대 지속가능한 조세재정정책’ 세션에서 전 세계적인 국가부채 증가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부채비율은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출생률이 매우 낮은 만큼 고령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커지면서 재정체계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사례에 대해서는 의회예산국(CBO) 전망을 인용해 공공부채가 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런 추세를 일시적 충격이 아닌 정책 대응이 누적된 구조적 결과로 짚었다. 아우어바흐 교수는 “미국 재정 상황이 지난 25년간 악화된 것은 정부가 적자 규모와 무관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호조이고 부채비율이 높았다면 긴축해야 했지만, 오히려 감세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부채 누적의 배경으로는 정치적 양극화, 저금리 기조, 고령자 관련 비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해법으로는 재정준칙과 재정위원회를 들었다. 그는 “재정준칙은 영향력을 가지려면 유연한 조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유연성이 커질수록 정부에 대한 제약은 줄고 시장의 건전성 신뢰는 낮아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어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우어바흐 교수는 “재정위원회는 구속력은 약하지만 정부가 직면한 재정문제에 대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재정준칙 준수 여부를 감시·평가하며 정책을 권고할 수 있다”며 “재정준칙과 함께 쓰인다면 정부가 더 책임 있게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2에서 ‘불확실성의 시대, 지속 가능한 조세·재정정책’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경기 침체기 재정 확대하고, 회복기 국가채무 줄여야”

이어 ‘새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을 확대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국가채무를 줄이는 ‘대칭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추가 지출에 모두 활용하기보다는 국가채무 감축 등 재정건전성 제고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 정부 재정정책의 특징으로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꼽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재정 투자라고 봤다. 이 원장은 “1990년대 후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처럼 정부의 선도적 투자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성공 사례가 있다”며 “AI 투자와 국민성장펀드 역시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양의 외부성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26조2000억원 규모 추경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한 것으로 국채 발행 없이 추진됐다”며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추경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추가 추경을 통해 모두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기 회복기에는 오히려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기 침체 때는 쓰고 호황 때는 갚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국가채무비율뿐 아니라 이자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국가채무를 줄이거나 경제 규모(GDP)를 키우는 것”이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 중심 재정정책도 결국 GDP 확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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