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인플레 우려는 여전…신현송 "유가상승 2차 효과·수요측 압력 경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0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로 중동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향후 물가 경로에 여전히 높은 상방 위험이 잠재해 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장의 단기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면서 높아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한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17일 열린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약간 완화되는 모습은 보이지만, 앞으로의 물가 경로에는 여전히 상방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며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으나, 이를 물가 안정의 신호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신 총재는 “유가가 단기간에 많이 내려왔고,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좋은 소식이지만 지켜봐야 할 변수”라면서 “시장 가격은 시장의 위험 선호도라든가 위험 감수 능력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로 세 가지 핵심 요인을 꼽았다.

우선 에너지 공급망의 완전한 정상화와 유가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프라와 물류 등의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만큼 원유 공급 자체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 한국은행)
두 번째는 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다른 부분으로 번지는 2차 효과다. 한은에 따르면 고유가 충격은 석유류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직접효과를 넘어, 6개월 정도의 시차를 주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 등을 올리는 간접효과가 1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에도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하반기에 오히려 간접효과가 확대되며 물가 상승률의 약 20%를 차지했던 전례가 있다.

세 번째 위험 요소는 수요 확대와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다. 신 총재는 “이번에는 임금하고 수요 쪽이 생각보다 좀 강하지 않을까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며,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산업 전반의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에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높아지면서 공급측(비용측)·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증대될 수 있어서다.

(자료= 한국은행)
올해 1분기 IT 업종의 성과급은 전년 동기 대비 60.6% 급증하면서 전체 명목임금 상승률(3.4%)에 1.3%포인트 기여했다. 최근 IT 업종의 성과급이 전체 임금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지난 10여 년간 상위 3%에 들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특정 부문에 편중된 대규모 성과급이 타 부문의 임금 인상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은 분석 결과 성과급과 같은 특별급여가 이례적으로 큰 폭 상승할 경우 타 산업의 정액급여 상승 폭과 확산 범위가 유의미하게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총재는 “높은 물가 수준은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업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여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갖고 있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의 단기적인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나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에 대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추측’이라며, “중앙은행은 하루하루 시장의 흐름에 끌려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밑에 깔려 있는 중요한 흐름을 항상 본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3%내외, 근원물가는 2% 중후반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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