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첫 금리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점도표와 물가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포워드가이던스 문구를 삭제하면서 매파적 기조는 한층 강화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두고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다만 정책결정문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을 시사하던 포워드가이던스 문구가 모두 삭제됐다. 연준은 경제활동이 중동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가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문구도 기존 "고용 증가가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표현에서 "고용 증가가 노동력 증가 속도에 부합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2% 목표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공급 충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결정문에는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문구도 새로 들어갔다.
점도표를 제출한 FOMC 위원 18명 중 절반인 9명은 올해 25bp(1bp=0.01%p) 이상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3명은 25bp, 5명은 50bp, 1명은 75bp 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점도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포워드가이던스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제약한다며 향후 기자간담회와 점도표, 회의록 공개 등 소통 방식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고르지 않게 제약적이라고 봤다. 주택시장에는 제약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는 단 하나의 정책 제안(금리 동결)만 논의되었으며,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19명 위원 중 누구도 그러한(긴축 신호 제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바클레이스는 정책결정문이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처럼 훨씬 짧아졌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물가 안정 의지를 명확히 밝힌 반면, 위험 요인에 대한 논의와 향후 정책 기조의 완화 편향은 제거됐다는 설명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 회의를 전반적으로 매파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GS)는 "이번 FOMC는 전반적으로 매파적 기조가 명확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초기 충격을 넘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더 커졌음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특히 2027년 근원 PCE 전망 상향 폭이 시장 예상보다 컸고, 절반의 위원이 올해 금리 인상을 지지한 점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경제전망은 매우 매파적이었다"며 "내년 근원 PCE 전망이 2.5%로 오른 점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논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MS)는 "축소된 정책결정문은 완화 편향을 제거하고 목표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췄다"며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렸다"고 진단했다.
JP모건(JPM)은 "점도표는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며 "정책결정문은 포워드가이던스를 완전히 삭제하고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문장만 남겼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봤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FOMC 정책결정문 발표 직후 예상보다 높은 점도표와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전망 영향으로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가 확대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 2년물 금리는 13bp, 10년물 금리는 5bp 올랐고 달러화는 강세, 주가는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