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날 포스코가 하청 노동조합과 별도의 단체교섭을 실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조의 하청 소속 조합원들이 신청한 교섭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는데, 중노위는 이번 재심에서도 앞선 결정을 유지했다.
노동위가 하청 노조의 별도 교섭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원청 대기업이 ‘진짜 사장’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엔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하청업체)만 법적으로 사용자였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에는 원청업체도 사용자로서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공식화된 것이다.
이번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에 따른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원청기업이 지배할 경우 사용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의 사내 급식 담당 하청업체인 웰리브 소속 조합원들에게도 개별 교섭권을 인정했는데, 한화오션으로서는 사실상 선박 생산과는 무관한 노조와도 직접 교섭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면밀한 법적 검토 후에 회사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노위는 또 같은 날 현대차에게도 생산·보안·급식·판매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하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며 원청 대기업들의 교섭 부담이 대폭 커질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임금과 고용 문제를 놓고 매년 노조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섭이 진행되면 ‘경영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려 원청 기업들이 자동화·무인화로 전환해 외주 자체가 줄어들거나, 원·하청 노조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4월 협력사 비정규직 7000명을 직고용하기로 발표한 이후 노조에서 크게 반발하며 쟁의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처럼 원·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바가 서로 달라 노노(勞勞)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교섭 요구가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노동위가 산업 안전 및 작업환경 등 정해진 의제 안에서만 원청 대기업에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는데, 만약 임금과 관련해서도 사용자 지위가 인정될 경우 그 후폭풍은 가히 폭발적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여러 지회들도 원청과 교섭하자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임금과 관련한 요구도 분명 나올 텐데, 이를 노동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관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포스코 하청 노조들디 포스코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모습.(사진=금속노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