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는 버블인가?…오건영 "핵심은 성장 서사와 대안 유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0일, 오전 10:34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자산가들이 최근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반도체 버블이냐, 코스피 버블이냐입니다. 결국 핵심은 지금 반도체 시장의 서사와 그로 인한 주가 상승, 그리고 대안의 유무입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에서 진행한 '뉴리치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금융 1타 강사’로 알려진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에서 진행한 ‘뉴리치 인사이트 세미나’ 강연에서 “당장 버블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만, 버블이 생기고 깨지는 원리는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단장은 버블 공식으로 서사(스토리), 주가 상승(퍼포먼스), 대안의 유무를 꼽았다. 그는 “약 4~5년 전 전기차 붐이 일었던 때처럼 스토리는 투자자 모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직관적인 흐름에 발맞춘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퍼포먼스, 즉 주가가 오르게 되고, 주가가 오르면 스토리가 증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대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식 시장의 핵심 스토리로 금리 상승을 꼽았다. 오 단장은 “지금 주식 시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압도적인 성장을 보여주면 되는데, 그런 분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K자’ 경제처럼 금리가 오르면 타격이 큰 업종이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70%대에 달해 기준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을 버틸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되는데, 마땅한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이런 흐름 속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짚었다. 그는 “레버리지 ETF는 이자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일반 투자자보다는 숙련된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화제성까지 더해지면 개인 투자자들도 기존에 보유한 코스피·S&P500 등 다른 ETF를 팔고,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쏠림이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압도적인 반도체 시대’라는 스토리가 한 번 더 증명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오 단장은 이런 버블의 붕괴 과정을 홍수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홍수가 나서 물이 차오르면 사람들은 더 높은 고지대로 올라가려 한다”며 “예를 들어 해발 2500m 고지에 땅을 판다고 하면, 그곳밖에 안전한 곳이 없으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다음 날 갑자기 ‘2000m는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떻게 되겠냐”며 “2500m 땅값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도 폭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스토리가 부정되는 순간”이라며 “누군가 먼저 팔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이 다시 스토리 부정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를 본 다른 투자자들도 따라 팔면서 하락이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나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發) 충격 등을 “스토리를 뒤흔드는 외부 충격의 사례”로 들었다.

오 단장은 최근 거시 환경 속에서 살펴봐야할 주제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았다. 그는 “통상 안전자산이자 기축통화인 달러 대비 원화 금리가 더 높아야 환율이 안정되는데, 2022년 이후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내수 경기가 부담되고, 내수를 살리자니 환율 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오 단장은 “지난 3~4년간은 내수 경기를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쪽을 택해왔다”며 “다만 최근 들어서는 한국은행의 스탠스가 환율을 우선적으로 잡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줄었다고 평가했다. 오 단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대외순자산이 순부채에서 순자산으로 전환됐다”며 “과거에는 달러 빚이 많은 상태에서 환율이 오르면 부담이 커졌지만, 지금은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가계와 기관이 늘면서 환율 상승이 오히려 이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대외순자산이란 한국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서 외국이 한국에 투자한 자산(부채)을 뺀 값이다. 이 값이 마이너스(순부채)였던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빌린 달러 빚을 갚는 부담이 커져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줬다. 반면, 지금처럼 플러스(순자산)인 상태에서는 국민연금이나 개인이 보유한 해외 주식·채권의 원화 환산 가치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과거보다 환율 상승의 충격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는 신한금융그룹과 빗썸이 양사 VIP 고객을 초청해 진행한 프라이빗 세미나다. 오 단장은 신한금융그룹의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프리미어’의 자문 조직인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으로 강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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