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쓰며 잠들었던 식품업체 대표…美 성공신화 이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후 01:58

[홍천(강원)=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유서를 써놓고 잠든 적도 있었습니다.”

이호성 산돌식품 대표는 2004년 아무 연고도 없던 강원 홍천의 한 식품공장을 인수했다. 매출 1억5000만원 규모의 작은 공장이었다. 30억원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했지만 공장은 빠르게 정상화됐다. CJ에서 식품 관련 업무를 해왔던 이 대표는 거래처를 빠르게 확보하며 매출을 34억원, 42억원으로 늘렸다.

이호성 산돌식품 대표(사진=김영환 기자)
하지만 인수 2년 만에 이 대표는 공장 문을 닫았다. 사업이 안 돼서가 아니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생산하던 제품이 식품 소재 중심이었던 탓에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2006년 9월 22일 문 닫는 날까지 공장 앞에 물건을 받겠다고 차들이 줄 서 있었는데 제가 그 날 공장 보일러를 끄고 문을 닫았다”고 회상했다.

사업을 정리한 대가는 혹독했다. 인수 당시부터 안고 있던 30억원 채무는 그대로 남았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받았던 대출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까지 겹쳤다. 은행의 빚 독촉이 이어졌고 사업 실패에 대한 압박감은 극에 달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됐다. 그는 지금도 당시에 썼던 유서가 기억에 또렷하다.

그로부터 20년. 벼랑 끝에 섰던 이 대표는 미국 월마트 공급망에 진입했고 태국 최대 식품기업 CP그룹과 손잡는 어엿한 식품기업을 키워냈다. 강원 홍천의 작은 공장은 이제 K-푸드의 글로벌 진출 전진기지로 변신하고 있다.

2006년 면류와 떡류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 주효했다. 당시에도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대기업과 유통업체 PB(자체브랜드)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식품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가격 경쟁 대신 기술 경쟁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냉면 생산 공정이다. 기존 냉면은 생산 후 24~36시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해 제조부터 포장까지 통상 이틀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산돌식품은 자체 개발한 냉풍 숙성 시스템을 도입해 이 과정을 25분 안팎으로 단축했다.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떡 제품도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 냉동 떡이 건조 과정에서 식감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산돌식품은 생산 직후 급속 냉동해 갓 만든 떡의 식감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했다.

강원 홍천 소재 산돌식품 공장에서 냉면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8시간 기준 하루 2만개(8t)의 냉면이 생산된다.(사진=김영환 기자)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받으며 해외 진출의 길도 열렸다. 산돌식품은 미국 월마트와 샘스클럽의 마스터 서플라이어 자격을 확보했다. 캐나다 코스트코 진출을 추진 중이며 멕시코 최대 유통기업 소리아나, 홀푸드마켓 등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현지 최대 식품·유통기업인 CP그룹과 손잡았다. 양사는 ‘33분식’ 브랜드를 공동 론칭하고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태국 사업설명회를 통해 100여개 매장 계약이 추진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면과 떡 시장은 사실상 대기업과 PB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식품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성장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찾는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 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9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산돌식품은 올해 420억원의 매출 확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수출로 벌어들인 매출은 50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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