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아이스크림도…고가와 초저가 ‘동반 호황’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유통채널에서 초저가 상품과 고가 상품이 동시에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소비가 프리미엄과 저가로 양분되는 흐름은 명품·해외여행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일, 아이스크림, 간편식 등 일상 먹거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일이다. 롯데마트의 최근 1년(2025년 6월~2026년 5월) 과일 판매 데이터를 보면 고당도·인공지능(AI) 선별 과일 등 고가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작은 크기나 흠집이 있는 대신 가격을 낮춘 ‘상생 과일’ 매출도 20% 늘었다. 특히 전체 과일 매출에서 고가 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4년 전 6% 수준에서 최근 20%까지 확대됐다.
편의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GS25의 고가 아이스크림·디저트 매출은 이달 1~15일 전년 동기대비 32.5% 증가했다. 하겐다즈 파인트 제품군 등이 대표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CU에서도 고가 아이스크림 매출이 29.8% 늘었고 디저트 매출은 45.1% 증가했다. 비싸도 맛과 품질을 앞세운 먹거리가 꾸준히 팔려나가는 셈이다.
반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도 함께 늘고 있다. CU의 1000원 이하 상품 매출은 2024년 29.8%, 2025년 38.0%, 올해 1~5월 39.1% 증가하며 성장 폭이 커지고 있다. 990원 채소와 우유, 견과류, 스낵 등이 대표 상품이다. GS25 역시 이달 1~15일 1000원 이하 자체브랜드(PB)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2.7% 늘었다. 얼음컵과 생수, 980원 초코우유 등이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소득 격차에 선택적 소비까지…더 뚜렷해진 양극화
같은 유통 플랫폼 안에서 초저가 상품과 초고가 상품 수요가 공존하는 점도 눈에 띈다. CU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는 초고가 상품 판매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7500만원짜리 글렌그란트 65년 위스키에 이어 올해 프라다 가방 한정 물량까지 완판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 대형 TV 할인 행사까지 포켓CU에서 진행하며 고가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득 격차 확대와도 무관치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 8000원으로 처음 1200만원을 넘어섰다. 반면 하위 20% 가구 소득은 117만원에 그쳤다. 소득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6.59배로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단순히 소득 수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일상적인 품목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만족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품목에는 돈을 쓰는 선택적 소비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고가의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군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품과 저가 상품 중심으로 나타나던 소비 양극화가 최근에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생활 소비재로까지 확대하는 모습”이라며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가격과 만족도를 동시에 따지는 소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초저가와 고가 양쪽 수요가 함께 커지는 만큼 업계도 두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상품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