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민주당은 현재 정년인 60세를 65세로 늘려 국민연금 수급시기와 일치시켜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입법을 2025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해를 넘겼다. 노동계의 압박에 민주당은 조만간 당내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재가동할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정년연장이 실제 이뤄질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중심의 정년연장이 중소기업 노동시장에 큰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청년 구인난과 숙련인력 부족, 생산성 정체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확대와 인사 적체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55~59세 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향후 5년간 정년연장 대상자는 약 148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정년제를 운영 중인 중소기업 근로자는 약 85만명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 약 27만명이 60세에 도달한다. 특히 30~299인 사업장에 집중돼 있어 중견·중소 제조업 현장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근속연수나 나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많이 오르는 임금 구조가 강한 제조 중소기업에서는 생산성 대비 임금 부담 문제가 크게 제기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체계 개편 여력과 인사관리 시스템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중소기업 상당수는 아직 정년제도 자체도 정착되지 않았다. 정년제도 미정착으로 고령층에 고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되면 임금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년제도 운영 비율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은 95.1%인데 반해 1~4인 사업장은 13.2%, 5~9인 사업장은 30.5%, 10~29인 사업장은 55.5%에 불과하다.
또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숙련인력 유지 필요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고령 숙련자를 유지해야 하지만, 인건비 상승이 신규 투자와 청년 채용 여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당수 중소기업의 현실은 60세가 되더라도 원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정년 연장은 정년 이후 숙련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전문인력의 공백도 야기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일자리이동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0세 이상 대기업 이동자 15만9000명 가운데 약 10만5000명(60.7%)이 중소기업으로 이동했다. 이는 대기업 퇴직 인력이 중소기업의 기술·경영 역량 보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심으로 먼저 도입 되면 중소기업은 우수 전문 인력의 씨가 마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만 55세 이상으로 대·중견기업을 퇴직한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인건비의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대·중견기업은 상생협력 관점에서 근로자의 협력 중소기업으로의 출향(出向)이나 전적(轉籍)을 위한 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년연장이 기업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부분은 임금체계 개편이다. 기업의 지불여력을 고려했을 때 정년연장 대상자의 급여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대 간 상생을 위해서는 정년연장 대상자들의 급여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노-사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현장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현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연장 도입시기에 따라 지원금액과 지원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에 따라 임금이 일정비율 이상 감소하는 근로자에 대해 인건비 감소분의 일정비율의 현금 지원도 고려돼야 한다.
정년연장은 청년 입장에서 볼 때 기성세대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기 때문에 청년 대상의 신규채용 또는 인건비를 증가시키는 기업에 대한 우대지원 역시 필요하다. 우대지원 방식은 중소기업은 장려금, 대·중견기업은 세액공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기술기반업종을 영위하는 세대융합형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