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확실성 연말까지 지속…재건사업은 韓기업 기회될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전후 재건 사업과 에너지·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8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케이지타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재건 사업·방산·AI 인프라 확대…한국 기업엔 기회”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MOU 체결은 긍정적인 진전이지만 어디까지나 종전을 위한 협상 단계일 뿐”이라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12년부터 중동 경제와 산업, 정책을 연구해 온 중동 지역 전문가다.

이번 미국과 이란의 MOU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가 중동발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해협 운영 과정에서 이란이 통행료 또는 서비스 요금 형태의 비용 부과 권한을 확보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원유 수입국 기업들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관리 권한 자체가 이란의 새로운 비대칭적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도 단순한 비용 문제뿐 아니라 이란의 해협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MOU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기금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전쟁 이후 재건 수요가 발생하면 건설·플랜트·통신망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험한 중동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송유관과 저장시설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을 경험한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은 우회 수송망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관련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사와 플랜트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당분간 높은 수준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유 생산시설 복구와 해상 물류 정상화, 선박들의 보험료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가는 연말까지 80~9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양국 핵 협상 장기화 가능성…네타냐후 변수 최대 리스크”

중동 정세 전망과 관련해서는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긴장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은 핵 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향후 허용 가능한 우라늄 농축 수준과 기간 등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가 여전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협상 기간이 연장되면서 연말까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협상에서 배제된 이스라엘도 중요한 변수다. 그는 “이번 MOU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소들이 적지 않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이란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레바논 문제나 이란 관련 사안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이 돌발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움직임은 협상 과정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국가들의 전략 변화도 주목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이 위원은 “사우디와 UAE 모두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일부 약화된 상황에서 자체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사우디는 안정적 관계 구축에, UAE는 보다 실용적이고 기민한 외교 전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MOU 체결로 전면전 위험은 낮아졌지만 지정학적 불안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말까지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졸업, 영국 런던대 경제학 박사 취득. 기아경제연구소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 인천발전연구원 도시경영연구부 연구위원 역임.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 팀장(연구위원)이며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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