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국내 철강기업 고위급 관계자들을 불러 EU의 강화된 TRQ(저율관세할당) 제도 변경을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여 본부장은 기존 업계에서 예상하던 물량에 비해 완화된 무관세 쿼터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부터 EU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한층 강화한다. 무관세 적용 물량을 기존 약 3500만톤(t)에서 1840만t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선 현행 25% 관세를 50%로 2배 인상한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지난해 6월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등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실행에 따른 탄소세 부과 등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EU가 미국과 함께 국내 최대 철강 수출시장인 만큼 무관세 쿼터물량 감소는 국내 철강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EU향 철강 수출 물량은 총 324만1647t이다. 이 중 약 258만t에 대해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무관세 쿼터로 배정받았다.
업계에서는 EU가 전체 무관세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경우 한국의 배정 물량도 100만t대로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에 정부는 최소 200만t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치열하게 협의에 나섰다. 그 결과 업계의 우려보다 양호한 수준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이번 EU 협상 결과에도 마냥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철강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의 잇따른 수입 규제 조치 강화와 일본의 한국산 철강재 반덤핑 조사,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탈탄소 전환을 위한 비용 문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 5월 국내 철강 수출량은 231만t으로 올 1월에 비해 5.5% 떨어지며 월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 기간 EU와 미국향 수출 물량은 72만t에서 59만t으로 약 17% 하락하며 전체 수출 감소를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EU와 치열한 협의 끝에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우위의 무관세 물량을 확보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고부가 제품 전환과 수출 다변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