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시대 해법은 '산업별 처방'…“반도체·서비스 전략 달라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5:5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고환율 흐름을 이어가면서 정부도 획일적인 환율 관리에서 벗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은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지원이 필요한 반면 서비스업 등 내수업종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2026년 하반기 환율전망과 산업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앞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조경엽 씨지엘경제연구원 박사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2026년 하반기 환율전망과 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환율이 오른다고 모든 산업이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 수준을 일률적으로 관리하기보다 산업별 비용 구조와 가격 전가 효과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최근 고환율이 달러 강세와 한미 금리 차뿐 아니라 국제유가, 경상수지 구조 변화, 해외 직접투자 확대, 잠재성장률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환율이 안정됐지만 최근에는 해외 직접투자 확대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별로도 고환율의 영향이 크게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조립·가공 중심의 수출 제조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확대 효과가 크지만, 서비스업은 환율 효과가 제한적이고 공공·교육 분야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와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은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도 업종별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출 제조업에는 수출금융과 무역보험 확대, 물류·통관 인프라 개선,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원자재 의존 업종에는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가격 충격 완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 소비재 업종은 물류·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고 공정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야 하며, 서비스업은 운영비 부담 완화와 디지털화, 인력 재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수출기업은 계약통화 다변화와 해외 생산 전략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중소 수출기업은 선물환과 옵션 등을 활용한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 수입기업은 장기 고정가격 계약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가 변동성을 줄이고, 서비스기업은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강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은 외국인 자금 흐름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환율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확대, 국내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증가, 경상수지 흑자 지속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환율이 향후 3개월간 1480원 안팎을 나타낸 뒤 6~12개월 사이에는 1450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패널들도 고환율을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단기적인 시장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커지는 ‘K자형 경제’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낮은 기업일수록 충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경쟁력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 제고와 재정건전성 강화 등 구조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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