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몬테그노 오르카 최고법률책임자(CLO)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이 같이 경고했다. 솔라나와 솔라나 기반 탈중앙거래소(DEX) 오르카는 “미국을 제외한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도 결국 스테이블코인 도입 속도가 국가 경쟁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글로벌 디지털 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가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 등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디지털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지니어스법은 미국 최초의 연방 차원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다.
레빈 CEO는 “클래리티법의 목적은 불확실성을 명확한 성문 규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 규제기관들이 인허가, 준비금, 상환, 자금세탁방지, 제재 회피 방지 등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규정은 올해 7월까지 마련되고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법이 전면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솔라나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시행된 이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빠르게 늘고 있다. 레빈 CEO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는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3배 이상 늘어 현재 유통 규모는 약 3000억달러 수준”이라며 “2027년에는 발행 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법 체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반기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법안의 완성도 못지않게 시행령과 감독규정, 가이드라인을 통한 구체적인 사업 기준 제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가분리 규제 완화, 라이선스 체계 명확화, 토큰증권(STO) 대상 확대, 스테이블코인 활용 기반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전통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앞으로 어떤 디지털자산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증권사가 어떤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지, 지급결제 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어떤 인가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언급하며 라이선스 체계의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클래리티법은 은행이 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업무를 별도 장에서 열거하고 있고, 기존 증권 브로커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참여할 때도 별도 라이선스가 아니라 통지만으로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우리도 누가 어떤 라이선스로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는지 규제 명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전통 증권부터 단계적으로 토큰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과 독일의 공통점은 모두 전통 증권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객관적 가치평가가 가능한 채권, MMF, 펀드, 주식 등이 토큰화 취지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크리스 몬테그노 오르카 최고법률책임자(CLO·왼쪽)와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정책연구소 최고경영자(CEO)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제도 개선 과제로는 금가분리(전통금융의 가상자산 사업 금지) 철폐를 꼽았다. 그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기술은 금융을 혁신하는 기술”이라며 “금융회사와 웹3 기업, 디지털자산 스타트업이 협업하고 투자할 수 있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대상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정형증권을 왜 토큰화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며 “월가가 정형증권 토큰화에 집중하는 이유도 수익의 대부분이 정형증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산원장 요건을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금융을 블록체인으로 혁신하는 핵심은 국가 간 연결성과 실시간 결제·정산”이라며 “분산원장 요건을 프라이빗 블록체인 중심으로 획일화하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할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오종욱 웨이브리지 대표는 “미국의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사례별 집행 중심 규제에서 성문화된 규칙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규제 명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업계에 필요한 것은 완벽한 법이 아니라 방향이 보이는 법”이라며 “정부 법안이 빠르게 발표돼야 스타트업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조건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PG사와 밴사까지 어떤 라이선스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가이드가 없다”며 “모두가 추측성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유동성 공급자와 프라임브로커리지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오 대표는 “금융기관이 이 시장에 들어오려면 실제 거래할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며 “향후 토큰증권이 거래되기 시작하면 해당 상품의 유동성을 누가 어떻게 공급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패널토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한 실장은 “토큰증권이라는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려면 이를 거래하는 현금 흐름도 함께 체인 위에서 맞춰져야 한다”며 “자동화된 수익 분배, 거래비용 절감, T+0 결제, 24시간 결제 같은 블록체인의 장점은 결국 스테이블코인과 결합될 때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초자산을 토큰증권화하기 위해서는 신탁 규제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 실장은 “현행 자본시장법은 비금전 신탁에 대한 수익증권 발행을 금지하고 있고 신탁업자가 전문기관에 관리를 재위탁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며 “음원이나 K콘텐츠 같은 자산을 토큰증권화하려면 전문 저작권 관리기관 등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소속 안 의원은 “논의를 넘어 입법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와 송금, 상거래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등 후속 법체계 정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