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개방에도 웃지 못하는 산업계…환율·운임·수수료 '삼중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7:18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돌입했지만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국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어 완전한 운항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종전 이후 운항 수수료 부과 가능성이 떠오르는 데다, 환율과 해운운임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경영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외신과 정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한국 선박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며 현재 해당 해협에 고립된 한국 선박은 22척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양국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 종전 합의과 관련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마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며 이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전격적으로 전면 개방에 합의하더라도 물리적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협에 설치된 지뢰 제거 및 고립된 배들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오는 데 최소 수 개월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한 후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재봉쇄를 선언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변수로 꼽힌다. 이 같은 불확실성 탓에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9원 오른 1530.9원에 개장했다. 과거에는 높은 환율이 수출 호재라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원유·가스·철광석·석탄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 산업구조에서는 오히려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꼽힌다. 게다가 대표적인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8주 연속 상승하며 3000선을 돌파했다. SCFI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1년 10개월 만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수급 차질과 유가 급등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때 11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선까지 떨어졌지만, 언제든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에는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유가가 다시 확 오르거나 뚝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경영상의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석화업계 역시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문제와 제품가 하락에 따른 역마진 공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유가 운영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업계 역시 항공유 가격 인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철강·자동차·가전 등 제조업계는 물류비 가중 부담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앞으로 보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계획을 시사하면서 물류비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진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수수료를 받을 경우 이를 해운사가 고스란히 부담할 수는 없다”며 “필연적으로 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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