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납부금 7천원서 2만원 인상 추진…관광기금 고갈 막는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전 08:38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방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와 지역관광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재원 고갈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24년 단행된 부담금 인하 조치의 여파로 관광 정책의 핵심 재원인 ‘출국납부금’ 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관광진흥개발기금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해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정책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관계와 학계, 산업계의 인식이 하나로 모였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현장의 의견을 듣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여행업협회 황준석 부회장, 공사 박성혁 사장, 한국호텔업협회 유용종 회장,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이경수 회장,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 윤혜진 경기대 교수, 문체부 강동진 관광정책관, 한국관광학회 조광익 수석부회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광훈 선임연구위원
◆인바운드 회복세 뒤에 숨은 ‘기금 고갈’의 역설

주제 발표를 맡은 유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열악한 현실을 정조준했다.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GDP는 1220만 원에서 5179만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하며 국민의 실질 지불 능력이 성장했으나, 출국납부금은 27년간 1만 원에 묶여 있다가 오히려 지난해 30%나 깎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 타격은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5년 기준 내·외국인 출국자 수를 약 1849만 명으로 예측했는데, 납부금 인하 탓에 연간 약 1355억~1370억 원 규모의 관광 재원이 단숨에 사라지게 됐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이미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약 2조 4000억 원을 빌려 쓴 관광기금은 현재 한 해 이자 비용으로만 550억 원을 지출하며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는 상태다.

문제는 세계 관광 대국들의 시계는 한국과 거꾸로 돌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만 해도 지난 2019년 도입한 국제관광여객세를 오는 7월부터 기존의 3배인 3000엔으로 인상해 지방 관광 활성화와 인프라 개선에 쏟아붓기로 했다. 이미 70달러의 출국세(Passenger Movement Charge)를 걷고 있는 호주 역시 오는 2027년 1월부터는 80달러로 추가 인상을 확정 지었다. 영국은 장거리 구간 항공여객세(Air Passenger Duty)를 도입 초기 10파운드에서 현재 최대 216파운드까지 상향 조정했고,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들 역시 출국세를 포함한 여객서비스요금을 잇달아 인상하며 재원 확보에 나섰다.

간담회를 주최한 조계원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한했을 때 우리가 확보하는 재원은 겨우 7000원인 반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갈 때 현지에 내고 오는 세금은 인당 평균 2~3만 원 안팎”이라며 “이러한 비대칭 구조는 매년 수천억 원의 관광 재정 손실로 이어져 결국 국내 관광 서비스 고도화를 가로막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꼬집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글로벌 추세는 증세”…시장 현실 외면한 부담금 정책

관광 업계 대표들은 충분한 시뮬레이션 없이 감행된 단기적 조세 완화 정책이 현장의 실핏줄을 끊어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지방 관광 혁신에 집중 투자하고 해외 개별 여행객 증가에 따른 국민 여행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결정적 시기에 재정이 축소되었다”며 지방비 매칭이 어려운 영세 지자체의 관광 격차 심화를 우려했다.

전통 관광산업의 핵심인 숙박업계의 타격은 당장 눈앞의 생존 문제로 다가왔다.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 회장은 “호텔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 대규모 장치 산업을 뒷받침할 정책 금융 자금이 기금 부족으로 올해 이미 조기 고갈됐다”면서 “예산 감소 여파로 호텔 종사자 교육이나 우수 호텔 아카데미 등 필수적인 관광 전문 인력 양성 사업마저 줄줄이 중단되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황준섭 한국여행업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급증하는 관광 수요 변화에 발맞춘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 확충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단순히 징수 금액을 올리는 것을 넘어, 관광기금의 뿌리 깊은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아야만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고강도 쇄신 주문도 이어졌다.

조광익 한국관광학회 수석부회장은 “기금의 재원은 출국하는 일반 국민과 외래객이 내는데 혜택은 매년 5000억 원 이상 관광업계 대여(융자) 사업에 집중되는 부담자-수혜자 간 미스매치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70년대 외화벌이 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융자 제도를 합리화하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관광 바우처’나 ‘근로자 휴가 지원’ 같은 간접 지원 방식을 확대해 기금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기금의 운영 효율성과 징수 수수료 문제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작위 지원으로 기금 사용처가 과도하게 확장된 반면 감시 조직은 파편화되었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기금 총액의 4%~5.5%에 달하는 수백억 원(지난해 기준 약 104억 원)의 재원이 항공사 및 공항공사에 ‘징수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과도하게 지급되는 구조적 모순을 과감히 수술해야 하며, 차후 법안 발의 과정에서 징수 시스템 점검과 명확한 융자 회수율 공개 등 투명성 제고 조항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역시 기금 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재정 정상화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강동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관은 “관광업계의 90%가 근로자 10인 이하의 매우 영세한 구조인 만큼 낮은 시금리의 정책 금융 지원은 현장에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기금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대기업 융자 제한 및 지방 융자 비율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대한민국 숙박 세일 페스타나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은 투입 예산 대비 수배 이상의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이미 증명해냈다”며 “외래객 3000만 명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회 발의 법안을 마중물 삼아 안정적인 재원 확보 기반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