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처럼 쥔 밥" 1년 공들인 '㎜의 승부'…GS25 삼각김밥의 심장[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2:13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마치 초밥의 밥알처럼 손으로 얼기설기 쥐어놓은 밥이 네모난 모양으로 컨베이어를 따라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이후 성형을 마친 삼각김밥들은 자동화 저울과 검사 카메라를 차례로 지나 둥근 집합대 위로 모여 빙글빙글 돈다.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의 손이 분주하게 오간다. 라인은 멈추는 법이 없다. 편의점 GS25 ‘밥알이 살아있는 삼각김밥’에 적용된 새 제조 공정의 현장이다. “찍어낸 밥과 쥐어낸 밥의 차이”라는 것이 김중연 오산공장장의 설명이다.

후레쉬서브 오산공장 삼각김밥 생산라인에서 완성된 제품들이 자동화 검사 공정을 거쳐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찍어낸 밥은 잊어라”…1년을 공들인 ‘밥알 혁신’


지난 22일 찾은 경기 오산시 후레쉬서브 공장에서는 삼각김밥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쉴 틈이 없었다. 이곳은 삼각김밥 밥알을 살리는 새 공정이 가장 먼저 적용된 GS25 간편식 혁신의 전초기지다. 후레쉬서브는 GS리테일(007070)의 식품 제조 자회사로 오산공장을 운영한다. 연면적 4953㎡(약 1498평) 규모로, 김밥·삼각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간편식 50여종을 하루 12만식 만들어 수도권 남부, 충청 등 점포에 공급한다. 이 가운데 김밥과 삼각김밥이 약 8만개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GS25 후레쉬서브 오산공장에서 '소프트 삼각김밥'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새 셔터식 공정으로 밥알을 살린 삼각김밥이 라인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새 공정의 핵심은 밥을 판 모양으로 뽑아내는 토출 단계다. 기존 설비는 상·하 롤러로 밥을 15~20㎜까지 눌러 판으로 만든 뒤 잘라냈다. 압착 위주 공정이다 보니 식감이 단단해지기 마련이었다. 새 공정은 과한 압력 없이 밥을 봉 셔터 방식으로 끊어내듯 떨어뜨려 밥알 사이에 공기층을 남긴다.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첫 시도한 방식으로, 일본에서도 일부 최신 공장만 도입했다. 김 공장장은 “1세대는 틀에 찍어냈고 2세대는 밥을 넓게 폈다가 접어 뭉치고, 3세대인 이번엔 밥 덩어리를 가볍게 쥐어 모양을 잡는 식”이라며 “몇 ㎜ 차이지만 입의 식감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같은 양에서도 삼각김밥 두께가 32㎜에서 40㎜로 25%가량 늘었다. 성형 과정에서 부서지는 밥알도 9%가량 줄었다. 공기층 사이로 토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맛이 제품 전체에 고르게 퍼지고, 차갑게 두어도 쉽게 단단해지지 않는다. 현재 공장 내 삼각김밥 라인 4개 중 1개에 새 공정이 우선 적용됐다. 도입이 쉽지만은 않았다. 밥에 공기를 머금게 하니 부피는 커졌지만 그만큼 힘이 약해져, 운반 도중 눌리면 그대로 불량이 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쌓는 박스 적재 단수를 낮추고, 물류센터와도 배송 중 충격을 줄이는 방식을 일일이 맞췄다.

김중연 후레쉬서브 오산공장장(가운데)이 공장 내 삼각김밥 생산라인에서 GS25 '밥알이 살아있는 삼각김밥'의 새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밥맛을 좌우하는 건 결국 쌀이다. 후레쉬서브는 100% 국내산 햇쌀만 쓰고, 입고되는 쌀은 전수 검사를 거쳐 기준에 못 미치면 돌려보낸다. 쌀 품질을 따로 측정하는 검사 설비와 식미감정단까지 두고 경쟁사 밥과 품질을 데이터로 비교한다. 이렇게 관리한 쌀은 전자동 가스 직화식 무쇠 가마솥으로 짓는다. 오산공장은 지난해 업계에서 첫 스마트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김 공장장은 “이런 자동화와 데이터 관리가 쌓인 것이 이번 공정 개선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GS25가 공개한 삼각김밥 밥 시트 비교 모습. 오른쪽은 새 셔터식 토출 공정을 적용한 밥으로 밥알 사이 공기층이 살아있고, 왼쪽은 기존 공정으로 생산한 밥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편의점 품질 경쟁 가속…간편식 ‘고도화’ 시대


이번 변화는 현재 GS25가 추진 중인 간편식 품질 혁신 프로젝트 ‘풀체인지 리뉴얼’의 일환이다. 지난 3월 김밥, 4월 삼각김밥을 손봤다. 삼각김밥은 들기름 김과 보습력을 높인 밥, 토핑 증량, 새 포장에 셔터식 공정까지 한꺼번에 바꿨다. 품목마다 기획을 맡는 상품관리자(MD)와 구현을 맡는 식품연구원을 짝지어 전담시킨다. 삼각김밥을 맡은 이진영 연구원은 JW메리어트 호텔 셰프 출신이다. 그는 “주방에서 한 그릇 잘 만드는 것과, 매일 수만 개를 똑같은 맛으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며 “1g 단위까지 맞추느라 1년 내내 공장에 살다시피 했다”고 했다.

오산공장에서 기존 삼각김밥(왼쪽)과 새 공정을 적용한 '소프트 삼각김밥'(오른쪽)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신공정 제품이 한결 도톰하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처럼 간편식 품질에 공을 들이는 건 시장의 무게중심이 달라져서다. 전국 편의점이 이제 5만개를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가격에 더해 맛과 품질까지 따지는 경쟁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GS25가 지난해 말 전문 조사기관 칸타코리아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간편식 구매 기준으로 ‘맛·품질’을 꼽은 소비자가 ‘가격’을 꼽은 소비자의 약 2배에 달했다. 성과도 뚜렷하다. 풀체인지 리뉴얼 직후 월평균 판매량은 직전월 대비 김밥이 46%, 삼각김밥이 53% 각각 늘었다.

간편식 품질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건 GS25만이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1년여간 ‘라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냉장밥의 노화를 늦추는 기술을 개발, 지난 4월 ‘올 뉴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CU도 2월 말 간편식 전반을 재정비했고, 1분기 간편식 매출이 전년보다 15.7% 늘었다. 이마트24는 김밥에 다시마 우린 물로 지은 밥을 내세웠다. 간편식 경쟁이 가격에 품질까지 더해진 셈이다.

GS25는 성과 등을 검토해 새 공정을 전국 협력공장으로 확대하고 풀체인지 리뉴얼 대상도 도시락·샌드위치 등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간편식이 단순 끼니를 넘어 편의점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상품군으로 떠오른 데 따른 행보다. 김지수 GS리테일 MD는 “이번 삼각김밥 공정을 8월 지방 협력공장에도 순차 적용하는 등 품질 경쟁력을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젠 편의점 간편식도 마치 외식 메뉴처럼 맛과 품질로 평가받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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