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 완전 자회사化…정의선 두 가지 셈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6:15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BD)의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 전량을 사들이며 100% 자회사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공개(IPO)까지 BD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작업까지 일사천리로 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BD 지분 9.9%를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투자와 지분 취득은 상법상 이사회 의결 사항인 만큼 사전 승인 절차가 필수다.

아틀라스가 페인트 동작을 더한 슈팅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영상=현대차그룹 유튜브)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BD 지분 80%를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90%까지 확대했다. 현재 지분율은 HMG글로벌 56.3%, 정의선 회장 22.5%, 현대글로비스 11.3%, 소프트뱅크 9.9%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을 위해 미국에 설립한 투자 전문 법인으로,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0%의 비율로 공동 출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BD를 인수하면서 풋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4년(2025년 6월)과 5년(2026년 6월)이 지난 시점에 BD를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의 보유 잔여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작년에 양사는 신규 계약을 통해 BD의 IPO가 기한 내 완료되지 않고 소프트뱅크가 7월 20일까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그룹이 해당 지분 전량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BD의 IPO가 이달 중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7월 20일까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은 콜옵션을 행사, BD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 소프트뱅크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BD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3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BD 가치를 5조원가량으로 인식한 계약으로 현재 BD의 잠재적 시장가치 약 100조~150조원보다 매우 저평가됐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계약 체결 시점을 고려하면 풋옵션과 콜옵션 행사 가격은 현재 가치 대비 크게 낮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BD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게 좋았지만 콜옵션 조항 때문에 현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BD 지분을 100% 확보하게 되면 향후 계획 중인 IPO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직 BD의 시장 가치가 구체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리-IPO’를 통해 가치를 매길 수도 있다. 현재 ‘아틀라스’에 AI를 제공 중인 구글 등이 주요 전략적 투자자로 거론된다.

또한 BD의 IPO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재원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3%에 그친다.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정몽구 명예회장(7.38%)과 기아(17.9%)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의 지분도 5.6% 보유 중이다.

작년까지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 현대모비스, 현대차 주식을 상속받을 시 세액은 약 2조~3조원대로 예측됐다. 하지만 BD 가치 폭등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차의 주가가 뛰면서 실제 세율 60%를 감안하면 5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BD가 시장에서 제값 이상을 받아야 경영권 승계를 순조롭게 풀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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