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만2000원" vs 경영계 "인상 신중"…최저임금 인상률 본격 논의

경제

뉴스1,

2026년 6월 23일, 오후 04:45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 최저임금 12,000원 요구와 지불능력 고려 손팻말을 게시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김기남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23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생계비 부담을 이유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아직 공식 최초요구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며 인상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맞섰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인 오는 29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커, 올해도 법정시한 내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 "1만 2000원, 생계비 위기 시대 최소한의 안전장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착수했다.

앞서 최임위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와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차례로 논의했으나 모두 부결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둘러싼 노사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이날 올해 최저임금 시급 1만 320원보다 1680원 오른 1만 2000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출했다. 월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는 250만 8000원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헌법이 정한 최저임금제도는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불능력이나 생산성만을 고려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저임금법에 최우선으로 명시된 노동자 생계비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만든 법 취지를 깊이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경제성장은 불균형한 회복세이고,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위로만 쏠리고 사회적 위험과 비용은 노동시장 하부구조로 흘러넘치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초래한 생계비 위기 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시급 1만 2000원 요구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이어지는 실질임금 하락, 에너지 물가 압력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 창출을 통한 내수경기 회복 속에서 지역경제와 자영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현재 시급 1만 320원, 월급 215만 6880원은 이것 떼고 저것 떼고 나면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라며 "실수령액 2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가 너무 올라 살 수 없으니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절규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1만 2000원은 더 화려하게 살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가족이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했다.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책상위에 근로자위원들이 준비한 손팻말들이 놓여 있다. 2026.6.23 © 뉴스1 김기남 기자

경영계 "가장 어려운 사업장 기준으로 결정해야"
경영계는 이날 공개회의에서 구체적인 최초요구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1차 전원회의부터 동결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류 전무는 앞선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이미 한계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동결도 경영 현장에 부담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류 전무는 "업종별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단일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려운 업종과 규모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79.7%에 달해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 39.6%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22.9%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며 "그 결과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1%로, 국제적으로도 적정 수준의 상한으로 보는 60%를 이미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2.4%에 달했고 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미 30%를 상회했다"며 "일부 업종과 영세 사업장에는 현행 최저임금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87%에 달했고, 내년 최저임금이 인하 또는 동결돼야 한다는 응답은 98.5%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인상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한계 상황에 도달한 소상공인들은 사람을 쓸 수 없고, 키오스크와 무인화, AI 자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높아진 최저임금 때문에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도 어려워진다"며 "인건비 압박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도 힘들어져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공익위원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빈틈없이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본격적인 수준 논의의 출발점인 만큼 서로의 문제의식과 판단 근거를 공유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날 공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비공개회의로 전환해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이어갔다.

통상 최임위는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수정안을 제출받으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커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 안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6월 말까지지만,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심의가 7월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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