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가 대세…'가상자산 비판론자' 루비니도 ETF 토큰 내놓는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11:1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명성을 얻었고 이후 신랄한 가상자산 비판론자로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가 자신이 운용하는 투자상품을 토큰화해서 블록체인으로 옮긴다. 전통금융자산의 토큰화가 활성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이 같은 토큰화가 기존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누리엘 루비니
루비니는 자신이 설립한 아틀라스캐피탈에서 출시해 직접 운용하고 있는 1700만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토큰 ‘USAFi’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ETF는 나스닥에 ‘USAF’라는 티커로 상장돼 있으며, 미국 국채와 금,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월가가 전통 금융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표현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토큰화(Tokenization)는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이전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USAFi는 미국 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계됐으며, 아랍에미리트(UAE) 가상자산규제당국(VARA)의 감독 아래 출시될 예정이다. 블랙록이 투자한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가 관련 기술을 제공하며, 토큰은 VARA의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가상자산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루비니의 변화된 행보를 보여준다. 루비니는 과거 비트코인을 “자기실현적 거품(self-fulfilling bubble)”이라고 비판했으며,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도, 가치저장 수단으로도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그는 아틀라스캐피탈과 협력해 달러 대체 자산을 목표로 하는 토큰화 금융상품 개발에 참여했다.

루비니는 과거 인터뷰에서 비트코인과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투기적 성격이 강하고 사기에 악용될 위험이 있으며 화폐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적절하지 않지만,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훨씬 더 유용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자산은 통화가 아니며, 좋은 가치저장 수단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더 나은 담보자산과 더 나은 준비자산, 그리고 더 나은 가치저장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루비니와 아틀라스캐피탈 연구진은 ‘테크노달러(Technodollars)’라는 개념을 담은 연구보고서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전통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투자상품이 가상자산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일부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실질적 가치가 검증된 자산에 기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큰화 자산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금융업계 전반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물기반 토큰화자산(RWA) 데이터 제공업체인 rwa xyz에 따르면 토큰화 자산 규모는 2025년 초 약 60억달러에서 현재 약 320억달러로 증가했다. 블랙록(BlackRock)과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금융기관들도 전통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큰화가 기존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파 라자 카본 VARA 부회장은 “토큰화 기술은 지금까지 소수 투자자에게만 열려 있던 자산군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더 많은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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