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60% 근로자 안전수칙 위반 탓?"…경총, '책임 전가' 논란

경제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전 06:00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총은 지난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업재해 10건 중 6건이 근로자의 안전수칙 위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전수칙 위반의 근거가 사실상 기업이 자의적으로 분류한 사고 원인에 근거를 두고 있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기업에만 묻고, 이를 근거로 "중대재해에 대한 근로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편파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자의적 답변 가능, 근로자 귀책으로 답할 동기 강해"
24일 경총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총이 조사한 117개 기업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재 중 '근로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로 발생한 사건은 평균 58.5%로 집계됐다.

해당 보고서는 경총이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제조업과 건설업 등 117개 기업의 '안전보건 부서장·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경총은 기업별 자체 자료에 근거한 답변을 취합해 통계를 냈고, 기업의 응답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사고 발생 원인을 정부나 수사기관의 공식적 판단이 아닌, 기업이 자의적으로 분류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셈이다.

특히 산재 원인을 통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기업의 답변이 이번 조사에 포함된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심지어 경총은 서류를 요청하지 않았고, 통계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의 답변도 포함했다는 사실을 보고서에 기재했으나 보도자료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한 통계 분야 전문가는 "산재 원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자의적으로 답변할 수 있으니 '근로자의 귀책 사유가 원인'이라고 답할 동기가 강해 보인다"며 "교통사고 현장에 경찰이 없었는데 한쪽 주장을 듣고 사고 원인 제공자를 지목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설문한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해당 질문에 대해 기업의 73.0%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란 안일한 태도'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외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라거나 '할당된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36.5%,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징계 등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 20.0%로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는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시각을 통해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하는 원인을 개인의 성향으로만 한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가 주로 지적하는 '사측이 정한 무리한 공기 압박'처럼 기업에 불리한 원인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설문에는 '안전보다 생산·품질을 우선시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이라거나 '안전 수칙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사업주·관리자가 현장을 상시 감독하지 않아서' 등의 응답 항목도 있었으나 응답률은 각각 4.3%, 1.7%, 0.9% 수준에 불과했다.

편항된 근거에 "노사 균형 필요" 주장 빛바래
경총은 이같은 설문조사를 근거로 '중대재해에 대한 근로자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입장만을 반영한 조사라는 점에서 책임 전가 논란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총은 이번 보고서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인식과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중대재해 감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정책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 의무를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경제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사용자나 원청 기업에 지우는 책임이 과도하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처법의 경우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란 하한선을 두고 있는데, 고의가 아닌 과실에 지나치게 과도한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해 왔다.

경영활동 위축 우려나 노사간 책임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편향적인 자료를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면서 그간의 주장도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산재 발생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경총은 "기업에 증빙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서류 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모든 재해에 대해 정부가 공표하는 관련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나 관련 기관의 자료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현장의 실태 파악이 왜곡될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인리히 법칙으로 유명한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에 따르면 근로자의 불안전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88%에 이르러, 이번 실태조사 응답치 58.5%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값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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