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잠실점. 2026.6.4 © 뉴스1 오대일 기자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2000억 원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두고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혈안이다.
홈플러스는 다음 달 3일까지 예정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까지 운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산될 수 있다는 위기까지 내몰려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메리츠 측에 회생 절차 유지와 잔존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DIP 대출 지원을 요청했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전체 대출 가운데 1000억 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메리츠는 MBK가 보증한 1000억 원에 대해서만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1000억 원에 대해서는 MBK 측이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MBK의 연대보증에 더해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일반보증 제공도 요구했다.
홈플러스와 MBK는 즉각 반발했다. 홈플러스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언급하며 '메리츠의 결단'을 호소하고,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자산 135조 원을 운용하는 메리츠가 1순위 부동산 신탁담보권자로서 총 1조 8000억여 원을 회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메리츠는 MBK가 운용하는 자산이 약 325억 달러(약 50조 원)에 달하고, 김 회장의 개인 자산은 99억 달러(약 15조 원)로 추정된다며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가 올 3월 투자자들에게 17억 달러(약 2조 6200억 원) 상당 분배금을 지급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모습. © 뉴스1 김민지 기자
돈줄을 쥐고 있는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여론전을 펼치는 동안 홈플러스만 바짝 말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누가 더 돈이 많은지, 누가 더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면서 싸움은 진흙탕으로 흘러가고 있다.
2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가 결국 파산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될까. 1만 명에 가까운 직원들은 대량 실업 상태에 빠질 것이고 협력업체들은 연쇄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때 기업가치 7조 원을 넘었던 홈플러스의 몰락에 시장이 받을 충격은 훨씬 장기적인 여파를 몰고 올 것이다.
당장 홈플러스 사태만으로도 사모펀드에 대한 다양한 규제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홈플러스 경영난을 초래한 대주주인 MBK에 가장 큰 책임론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초 MBK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계기가 됐다.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키워진 토종 사모펀드가 오히려 국내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몬 사례로 남는 것이다. 사모펀드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뒤에는 건설적인 사업과 M&A에도 홈플러스 꼬리표가 붙은 의심이 뒤따르지 않을까.
물론 '살릴 수 있었던' 홈플러스를 외면한 메리츠도 자유롭지는 않다. 진흙탕 싸움에서 진흙이 묻는 건 과연 한 쪽뿐일까. 홈플러스가 거론될 때마다 메리츠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말 한마디로 깨끗하게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시간이 많지 않다. 진흙탕 속에 더 깊이 빠질수록 양측에 남는 얼룩만 커질 뿐이다. 당장의 손해보다는 장기적인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것을 선택하는 곳이 하나라도 있길 바란다.
hypark@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