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보다 가공비에 관세 더 붙는다"… 중소기업 '美 관세 개편' 쇼크

경제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전 06:15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6.16 © 뉴스1 윤일지 기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대미 수출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금속 원재료 함량을 기준으로 관세 대상이지만 일부 완제품 가격 전체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사례가 늘면서 현장에서는 "철강값보다 인건비와 가공비에 더 많은 관세를 내는 구조가 됐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월 6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알루미늄·구리 제품 관세 체계를 개편했다.

개편안에 따른 품목별 부속서(Appendix)에 따라 관세 적용 방식이 달라졌다. 일부 제품은 금속 원재료 함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받지만, 일부 품목은 완제품 가격 전체를 기준으로 관세가 산정된다.

문제는 제조·가공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금속 원재료보다 인건비와 가공비 비중이 큰 부품류 제품의 경우 실제 금속 함량보다 훨씬 큰 금액에 관세가 부과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변속기 부품 제조업체 A사는 관세 체계 개편 이후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A사 관계자는 "관세 부담이 기존 15% 수준에서 25%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고객사의 원가 절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응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거래조건 변경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단가 인하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국 바이어들이 신규 개발 프로젝트는 현지 업체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신규 수주 확보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스너 제조업체 B사도 관세 체계 개편의 직격탄을 맞았다.B사 관계자는 "개편 전에는 철강 함량에 대해서만 약 25% 수준의 관세를 부담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완제품 가격 전체를 기준으로 50% 관세가 적용되는 구조가 됐다"며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제조 비용까지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바이어가 관세를 분담하는 대신 결제 기일 연장을 요구하면서 대금 회수까지 늦어지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단가 인상이 쉽지 않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관세 조치 개편 관련 대응방안. (중기중앙회 제공)

현장의 어려움은 단순한 관세 인상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관세 부담 증가와 함께 원부자재 가격 상승, 거래조건 변경, 신규 수주 감소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미 수출 중소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3%는 자사 제품이 어느 부속서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현장의 혼선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관세율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였으며 평균 인상 폭은 16.2%포인트로 조사됐다. 특히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부속서 I-A와 I-B 해당 기업의 40.0%, 38.3%는 향후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환경 악화를 예상한 기업들은 관세 부담 증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바이어의 가격·인도조건 변경 요구, 거래 지연 및 취소 발생 등이 주요 부담으로 지목됐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관세 인상 영향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미국 측과 품목 재분류 협의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관세 부담뿐 아니라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물류비 지원 확대 등 관세 인상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바이어 협상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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