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홀딩스, 일본 최초 신탁형 엔화스테이블코인 발행한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2:17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인 SBI홀딩스가 일본 최초의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이르면 이번주 중 발행할 계획이다. 그룹 내 은행과 증권, 가상자산 거래소 등이 사업을 연계해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기관투자가 금융 인프라로 키우겠다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일본 디지털자산 시장의 본격 제도권 편입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BI홀딩스,  일본 최초 신탁형 엔화스테이블코인 발행한다
2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엔화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JPYSC’를 이번주 중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JPYSC는 일본 금융청(FSA)으로부터 발행인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일본 금융시스템 내에서 발행되는 첫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이 될 전망이다.

일본 당국은 지난 2023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마련하고 JPYC를 일본 최초의 엔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승인했다. 일본에서는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금융청으로부터 자금이동업자 또는 신탁업자 중 하나를 택해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된 JPYC는 자금이동업자 모델을 선택해 거래당 송금 한도가 100만엔으로 제한된 반면, 신탁형 모델은 이러한 한도에 묶이지 않는다

특히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은 신탁회사가 엔화 등 담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그 자산에 대한 수익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모델로, 안전성(=도산 절연)과 범용성이 조화돼 일본 금융당국이 권장하고 있는 모델이다.

JPYSC는 SBI홀딩스와 스타테일 그룹(Startale Group)이 공동 개발했다. SBI는 은행과 증권, 가상자산 거래소사업 등을 포함한 그룹 내 금융 생태계 전반에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SBI신세이신탁은행(SBI Shinsei Trust & Banking)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상환을 담당하고, SBI그룹 산하 가상자산 거래소인 SBI VC트레이드가 유통과 거래를 맡게 된다.

JPYSC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의 엄격한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일본 자금결제법(Payment Services Act)에 따라 제3종 전자결제수단(Type 3 Electronic Payment Instrument)으로 분류된다. 이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비교적 드문 수준의 명확한 법적 지위를 의미한다.

신탁은행이 발행과 준비자산 관리를 담당하는 구조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준비자산과 운영 감독이 모두 일본 금융당국의 규제 체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일부 해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SBI와 스타테일은 JPYSC를 단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기관투자자 중심의 금융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활용 분야로는 기관 간 결제와 기업 간 거래, 토큰화 자산(RWA) 시장, 해외 송금 및 국경 간 결제 등이 거론된다. 특히 JPYSC는 대규모 거래 처리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존 전자결제수단이 가진 일부 거래 한도를 완화할 수 있어 기업과 기관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는 SBI의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BI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핀테크 기업 패싯(Fasset)과 협력해 SBI리밋(SBI Remit)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패싯 네트워크는 연간 최대 320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SBI는 국제 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SBI는 리플(Ripple)과 합작 설립한 SBI 리플 아시아(SBI Ripple Asia)를 통해 오랫동안 XRP 레저(XRPL) 기반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밖에도 서클(Circle), R3,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체인링크(Chainlink) 등과 투자 및 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토큰화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인링크와 함께 실물자산(RWA) 토큰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규제형 스테이블코인, 크로스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YSC가 일본 최초의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블록체인재단(JBF)이 민간기업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일본 오픈체인(JOC)과 함께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에서 활용되는 신탁형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EJPY’를 발행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JPYC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정 수준의 시장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SBI가 보유한 광범위한 금융 네트워크와 규제 친화적 구조가 JPYSC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규제 준수와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관투자자와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JPYSC가 일본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JPYSC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향후 엔화 기반 디지털 결제 시장 확대와 전통 금융기관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JPYSC는 일본이 엔화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