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공무원’도 삼전닉스로…높아진 위상에 관료들 줄이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7:05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공무원들이 기업으로 잇따라 이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인공지능(AI) 호황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재계에서 관가 핵심 인재들을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사진=연합뉴스)
24일 재계와 관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정책국 A과장은 이달 중 사의를 표명한 뒤 취엄심사를 거쳐 SK로 이직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A과장은 행정고시 4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외환제도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냈다. A과장은 SK하이닉스 소속 임원으로 SK그룹 전반의 글로벌 전략 및 기획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재경부 국제금융국에 근무하는 B과장도 조만간 삼성전자 상무급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B과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48회로 공직에 들어와 기재부에서 부총리비서관, 자금시장과장을 지내고 재경부에서 자금시장정책과장, 외환제도과장 등을 거친 핵심 인재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부서로는 IR과 경영지원담당 기획팀 등이 거론된다.

기존에도 기재부 출신들이 민간으로 이동한 사례는 있었다. 폭넓은 인맥을 가진 경제 관료에 대한 수요로 경제부처 출신을 잇따라 중용했다. 기재부에서 국제금융 핵심 보직을 거친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 IR그룹 상무로 이직했으며, 지난해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7년 뒤인 2023년에는 이병원 당시 기재부 부이사관을 IR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통 출신이다. 2018년 두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2년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재경부 핵심 인재의 연이은 이동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 외에 또 다른 과장급 공무원이 재계로 이직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주요 보직에 있는 이들이 동시에 공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부적으로 충격이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최근 AI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가총액 조사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닷컴에 따르면 22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1조5100억달러로 세계 주요 상장사 중 11위다. 인텔, AMD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보다 높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조3480억달러로 14위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위상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도 관료 출신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5월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에게 상여금, 성과급,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을 통해 1조65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지급했다. 최근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 가치도 상승하면서, 임직원들이 받은 주식보상 가치 역시 크게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인재를 수혈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 주요국 정책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해외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이에 국제금융·외환시장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 영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부처에서 핵심 보직을 거친 인재들이 민간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거시적인 분야에서 쌓은 전문 지식을 민간에서 활용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공직에 있는 역량을 기업에서 발휘하는 것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부처에서 핵심 역할을 한 관료가 민간에 나가면서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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