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랐는데 20% 인하 어떻게"…현대차·기아 원가 절감에 부품업계 '한숨'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후 07:1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자재와 인건비, 에너지 비용이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부품에 대해 최대 20% 수준의 납품단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품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원가 절감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협력업체들은 이미 한계 수준에 이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원가 절감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력사 부품 납품단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업체들은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철강과 비철금속 가격은 물론 물류비와 전력비,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단가 인하 요구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협력업체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부품업계에서는 납품단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품질 경쟁력 저하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단가 인하 압박이 가중될 경우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더 커지면서 중소·중견 부품사들의 경영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 노동조합과 부품업계의 연대 움직임도 나타났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달 15일 완성차 부품사 및 연대단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업계 현안을 공유했다. 부품 협력사와 현대차 노조가 공동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 재건축 추진과 해외 물량 이전 확대, 납품단가 인하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부품사 및 연대단위와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원·하청 공동 투쟁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 혁신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급망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 절감 노력이 불가피하지만 협력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단가 인하는 결국 품질과 공급망 안정성 문제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원가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런 체계는 정부가 나서 세제 혜택 등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 일본은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한 원가 절감보다 공급망 유지와 부품업계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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