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탕감 '새출발기금' 손질…상환능력 높으면 덜 깎아준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새출발기금 신청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채무조정 심사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상환능력에 따라 원금 감면 폭을 차등화하고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에 대한 재산 검증을 강화하는 등 채무조정 전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해 한정된 재원을 실제 상환능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2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새출발기금 운영 점검회의를 열고 재산심사와 감면기준, 채권관리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신청자는 20만1176명, 신청 채무액은 31조755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3만6702명이 채무조정을 확정했고, 부실채권을 캠코가 매입해 조정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의 평균 원금 감면율은 73%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원금 감면기준을 상환능력에 따라 더욱 세분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부실채권에 대해 순부채 기준 60~80%(취약차주 최대 90%) 수준에서 원금을 감면하고 있다. 앞으로는 변제가능률이 100%를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서는 최소 감면율을 기존 60%에서 30%로 낮추고, 변제능력에 따라 기존보다 5~30%포인트 낮은 감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해 기존 채무조정 제도보다 폭넓은 지원체계를 운영해 왔지만 최소 감면율이 높게 설정돼 변제능력에 따른 차등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절감된 재원은 상환능력이 낮은 다른 신청자의 채무조정 지원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73% 수준의 높은 원금 감면 기조는 유지하되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에 대해서는 지원 수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재산 검증 체계도 더욱 촘촘해진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가상자산, 지난 5월부터 비상장주식 보유 내역을 재산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 채무조정기구가 필요한 재산정보를 일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거래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받아 신청 당시 제출한 재산내역과 비교·검증하고, 누락이 확인될 경우 약정을 해지하거나 채무를 회수하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재산을 고의로 줄여 채무조정을 받는 이른바 ‘사해행위’에 대한 조사도 확대된다. 캠코는 지난 2월부터 재산조사 전담반을 운영하며 신청 이전 부동산 증여나 재산 처분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고, 8월 신용정보법 시행 이후에는 국세·지방세 정보 등을 활용해 조사 범위를 더욱 넓힐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코로나19 위기 당시 폭넓은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새출발기금이 운영 4년 차를 맞아 ‘선별 지원’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일부 신청자가 상당한 규모의 투자자산을 보유하거나 상환능력에 비해 높은 감면율을 적용받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도덕적 해이와 재원 효율성 논란이 이어졌고, 채무조정 혜택을 보다 어려운 차주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이 채무조정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환능력 평가가 보다 엄격해지고 재산심사와 사후검증이 강화되면서 일부 자영업자는 기존보다 낮은 감면율을 적용받거나 추가 자료 제출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변제가능률 산정이 실제 소상공인의 상환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와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신속한 지원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한정된 재원을 정말 필요한 차주에게 배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심사가 지나치게 엄격해져 실제 어려운 자영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 운영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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