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마이크론이 공개한 전략적 고객협약(SCA) 현황은 메모리 산업의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높은 수익성과 실적 가시성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계약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시장의 기존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메모리 체질 개선…시장 룰 바꾼 초호황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SCA 현황을 공개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까지 16건의 SCA를 체결했고, 이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킬 것”이라며 “협의 중인 계약까지 완료하면 전체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SCA 체계 아래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특히 시장가격 수준의 상한선과 계약 기간 전반에 걸친 하한선을 설정해 가격 밴드를 형성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마이크론은 하한 가격만으로도 과거 어느 업황 사이클의 분기 최고 수준보다 높은 매출총이익률(GPM)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조항을 적용해 고객이 물량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기존 계약보다 훨씬 강한 구속력을 갖췄다.
이는 메모리 산업의 계약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비즈니스 모델이 과거 경기순환적(시클리컬) 구조에서 벗어나 높은 마진과 실적 가시성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메모리 산업은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경우 이 같은 계약 구조가 메모리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저전력 D램 LPDDR6, DDR6,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격 프리미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률은 81.2%로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69%) 대비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
마이크론의 호실적과 메모리 계약 구조 변화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6조8414억원, SK하이닉스는 63조998억원이다. 양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하면 약 15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63조원, 264조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627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생산능력(CAPA)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주에 신규 팹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평택과 용인을 중심으로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며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