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어도 못 간다'…제주 관광객 줄어든 진짜 이유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6일, 오전 09:46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제주 관광이 ‘공급 부족’의 벽에 부딪혔다. 관광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실어 나를 항공편이 줄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후 재배분된 제주 노선 슬롯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항공 좌석 공급이 급감했고 그 여파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21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감소했다. 내국인은 96만5000명으로 7.2% 줄었고 외국인은 24만9000명으로 16.1% 늘었다. 외국인 증가세에도 내국인 감소폭을 메우지 못한 것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감소세는 이달 들어 더 가팔라졌다. 6월 1~20일 제주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했다. 외국인 유치 경쟁에서도 제주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30.5%로 부산(44.9%)보다 크게 낮았다.

업계는 관광객 감소의 배경으로 소비심리보다 항공 공급 축소를 지목한다. 제주 관광객 대부분은 항공편을 이용하지만 제주공항은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슬롯)가 35회에 불과해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기존 슬롯마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면서 좌석 부족이 심화됐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해소 조치로 지난 4월 제주~김포 노선 슬롯 13회가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배분됐지만 상당수가 운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추가 운항이 가능했던 366편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0편만 운항했다. 티웨이항공도 추가 슬롯을 확보했지만 기존 운항을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121편을 감편했다.

그 결과 4~5월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 좌석은 지난해보다 24만6000석 감소했다.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좌석 자체가 줄면서 단체관광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 좌석을 확보하지 못해 제주 대신 부산이나 강원 등 다른 관광지로 일정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주 관광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접근성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기간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이어가며 시장을 확대했지만 제주에는 항공 공급 제약이 회복 속도를 늦추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업계는 제2공항 건설 여부와 별개로 현재 배정된 슬롯의 활용도를 높이는 운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기 부족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슬롯을 다른 항공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유연한 슬롯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금 제주 관광의 병목은 관광 수요가 아니라 항공 공급”이라며 “관광객은 가고 싶어도 좌석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